4. 다포세대에 대한 이해
살면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인정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 상황이나 사람을 수용해야 할 때는 상대방을 떠나서 나에게 묻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겠냐?'라고.
옛날 이야기이지만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부사장님 비서 빼고는 모두 남자인 남초 조직에서 일을 배웠다. 군대처럼 동기 중에 누가 문제를 일으키면 지역 매니저 선배나 트레이너 선배 밑으로 저녁 술자리에 집합을 당했고 그 끝은 늘 행복하지 않았다. 그 회사를 떠나서도 동종 업계에서 5년 간 일했으니 회사 브랜드나 규모만 달랐지 그 조직문화는 거기서 거기였다. 영업관리와 가맹주, 협력사에 대한 트레이닝, 나중에는 신사업기획까지 일은 늘어났지만 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분위기는 누가 알려줬는지 변하지 않았다.
상명하달은 지금도 여전한데 상처를 받는 먹이사슬의 끝에는 팀 리더라고 불리는 나만 서 있다. 지금도 대표에서 부사장으로 전무로 상무로 그리고 현업과 관리를 겸하고 있어야만 하는 나로 압력과 스트레스는 내리사랑으로 전달되고 있고 나는 내 팀원들에게 그 사랑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술자리가 끝나고 마포대로 한복판에서 머리를 박고 택시 태워 보내려면 반대쪽 문으로 탈출해 사람을 조롱해 대던 내 팀장이 타고 가는 택시 꽁무니에 선배들과 고개를 쳐박고 인사하면서 내가 직장생활을 10년만 한다면 저 자리에 꼭 가서 나는 저렇게 안 한다는 다짐을 하곤 했는데. 진급과 스카웃을 반복하면서 5년만에 팀장 자리에 앉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받는 스트레스는 그 때 그 양반보다 곱절은 될 것 같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현실에 부딪치면서 저는 월급도 얼마 안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니고 저는 꿈이 있다는 어릴 적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나온 마틴 루터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이라는 연설문 제목을 자꾸 연상하게 하는 팀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가끔 화도 나지만 냉정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 정도가 좀 심한 친구들을 보면 미련없이 조직을 떠나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같이 해 주지만 직장생활이라는 걸 하면서 여러 제약 속에 여러 직무를 맡았고 조직을 떠나 본 경험도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들의 꿈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공과 사에 대한 구별을 못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와는 달리 세상에 돈을 벌고 사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어지간한 유튜버의 한 달 수입이 15년 동안 일한 내 월급의 몇 배이고 꼭 실물이 있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앱에서 실행되는 어떤 서비스만으로도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려워도 자기 기술과 특기가 있으면 최소한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동경이 되는 그런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꿈을 가진 다포세대는 대기업의 많은 연봉과 복지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회사와 여전히 대등한 계약 관계가 아니고 우리의 말 속에서도 '회사가 자른다.'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다포세대도 관찰해 보면 회사에 종속되고 있지만 꿈을 이루기를 원하는 아름다운 생각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팀장인 나는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어느 날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유튜브에서 X세대 매니저와 Y세대 직원의 소통에 대한 외국 영상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기업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라는 강연 뿐 아니라 'X세대 매니저의 이해'라는 강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용을 좀 만들었던 적도 있다. 저는 "연봉도 적어서 받는만큼만 일하고 싶고 꿈도 있지만 그 꿈은 팀장님한테 배워서 이루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다포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해 준 적이 있다. 나도 열심히 내가 가진 노하우가 있다면 전수하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이루고 싶은 꿈의 목표까지 가는 데 필요한 노력 그리고 계획이라고. 내가 받은 그 옛날의 월급도 당신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는 않았을 거라고.
이기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포함해서. 하지만 가끔은 나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만큼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