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3. 일에 몰입하는 것의 의미

by 오얼 OR

팀장 첫 해,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도 칭찬이나 인정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살면서 그 때 경험이 도움은 되겠지만 그 때는 내 자신의 업무능력에 취해 있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아도취와 나는 리더니까 책임을 지고 끝까지 달려나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새벽 4~5시에 출근하고 그래도 야근까지 안하는 삶에 대해서 위안을 삼았다. 생각해 보면 조삼모사인데 어디가 포인트였는지는 모르지만 난 내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 볼 때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내 자신을 위로했다. 7시 30분이 되면 대표이사와의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9시, 나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면 본부회의, 팀회의, 외부 고객 미팅에 내부로 찾아오는 계열사 담당자들 미팅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회의실에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가는 날도 여러 날 있었다.

그렇게 죽자 살자 했던 일, 그 때 당시에 꼭 달성해야 했던 목표와 그 결과 그게 지금 와서 보면 무슨 큰 의미를 주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날 못하면 마음이 짐이 되었고 차주 보고 자료에 꼭 완수했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만큼 팀원들을 닥달했을 것은 예상되는 사실이고 팀원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은 내가 메워서 어떻게든 결과를 들고 다니며 내 자신을 위로했다.

몰입, 나는 일에 몰입하고 있었다 아니 나만 일에 몰입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은 것인데 팀원들은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모름지기 팀원이 기대하는 팀장은 일부는 도제관계, 일부는 가족같은 관계, 또 일부는 자신을 어필해 하고 자신의 탈렌트를 관리해 주고 자신의 승진을 도와주는 멋진 도우미였을 텐데 6개월이 지나고 돌아 본 내 자신은 그들에게 그 어느 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나만의 룰과 합리화에 취해 사는 존재였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남에게 육성과 코칭을 늘 이야기하지만 스스로는 정작 그런 리더이지 못했던 나는 팀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가이드를 주면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했다. 팀원이 불다가 힘이 딸려서 작아지는 풍선을 이어서 불어주는 팀장이기보다는 힘 말고 기술로 끝까지 불 수 있도록 테크닉을 알려주고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팀장이었어야 했다. 물론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한다. 더 강인한 사자를 만들기 위해 벼락 끝에서 자신의 새끼를 미는 어미사자처럼 자생적인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도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말이 쉽지 매일 시간과 일에 쫓기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실무형 팀장들은 팀원이 마무리지 하지 못한 일로 실적에 마이너스가 날까봐 죽어라고 그 갭(Gap)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냥 던져두고 결과를 보고 수정하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다. 그게 팀원에게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자기를 위해 남을 도운 사실을 외면하고 그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같이 뛰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물론 함께 뛰어야 한다. 러닝 메이트처럼 같이 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러닝 메이트처럼 앞서가지도 말아야 하고 그 사람이 골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처음 마음가짐을 그렇게 가져야 한다. 답답해 죽겠어서 하는 빨간펜 질이 아니라 페이스를 놓치지 않도록 결승점까지 함께 뛰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의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한다. 팀원이 일을 좀 해보려고 해도 옆 팀에 불려가고 쓸데없는 회의로 시간을 버리고 야근을 하면서 효율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심플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결승점까지 가는 한시적인 시간이라도 일을 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말 팀원들이 몰입해서 일에 집중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특기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 못하는 사람이 기대서 설명해 주느라 시간을 뺏기고 시간만 보내는 집중력 없는 회의로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불명확한데 긴 커뮤니케이션으로 스스로 해볼 만한 시간을 뺏긴다면 결국 팀원들은 또 다시 팀장을 원망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팀원 뒷치닥거리에 땀을 빼는 사람이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일하기 쉽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보상까지 챙겨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좋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정작 나는 승진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그게 희생이라는 생각도 없고 몇 자리 안되는 승진 기회를 뺐어서 승진했다면 별로 유쾌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년을 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져 버린 현실에서 팀장이 직장생활을 통해서 챙겨야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완장이 아니라 일과 관계일 것이다. 기회를 만드는 기술과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어디에서든 리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시작점은 함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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