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1)
남들이 들으면 놀랄 만큼 오랜 친구들이 ‘Legend’라고 이야기하며, ‘실업률을 비웃는다.’고 이야기할 만큼 직장을 옮기면서 스스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이직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응수를 하듯이 따라올 수 있는 결론이 ‘답도 없지만 문제도 없다.’는 웃기지만 슬픈 ‘웃픈’ 대답이다. 실질적으로 슬플 이유는 없다. 하지만 웃기도 쉽지 않다.
현재까지도 회사라는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도 내일도 ‘Ctrl+C & Ctrl+V’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난 15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직’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하는 ‘많은 연봉’을 통해 자본을 많이 축적하지는 못했을 지라도 시간과 돈을 주어도 하지 못할 최고와 최악의 경험들을 지금 이 시간에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헬조선’이라고 누군가가 말하는 이 사회에서 회사 밖으로 나갔을 때 시시각각 다가오는 수많은 사기와 잡귀의 탈을 쓴 사람들로부터 내 자신의 본질을 지키며,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틀을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걸어온 가시밭길은 충분히 보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이라는 사회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을 때 나는 조직에 대한 정체성을 내 안에 주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OO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내 자신이 아니라 ‘OO그룹=나’가 되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쓰고 있던 주변의 모든 물품은 OO그룹 제품으로 바뀌어 갔고 가슴 왼편에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회사 배지(badge)는 이 사회에서 내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물론 나의 소속감이 짝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 때 나름대로 ‘조직과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내가 조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내 밥벌이를 하며 이 사회의 한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를 꺼낸 바와 같이 이직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나는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최소한 회사가 만들어 놓은 ‘직무정의서’에 나와 있는 자신의 일 속에서라도 ‘어떤 업무’는 전체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고 실수요자(End user)에게 갈 때까지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해서 반드시 정리해 보아야 한다. 앞에서 굳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우리가 소위 ‘좋은 스펙(Spec)’을 가지고 있다는 대기업 조직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는 아무 것도 없는 맨 바닥에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업구조의 특성상 소수의 대기업은 다수의 중소기업을 상생 파트너를 명칭으로 한 하청업체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 중에도 기획서 몇 장으로 일을 분배할 뿐 처음부터 무엇이든 만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대기업의 구성원과 중소기업의 구성원이 생각하는 일의 범위와 방법, 세부 내용은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투영해 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현 사회의 대다수의 이직은 수평이동이거나 기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한 단계 더 높은 직위로 가는 약간의 수직이동이기 때문에 수평이동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약간의 수직이동의 경우도 업무의 디테일이 부족할 경우 이직을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대한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업무 전체에 대해서 또한 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특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쁘다’고 생각하고 말하면서 직장생활을 보낼 경우 좋은 이직 제안이 왔을 때 대응하기가 어렵다. 현재 사회 자체가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든 누구에게나 이직의 기회는 올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미리 준비한 사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