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배움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에게서만 얻을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교육받는다 해서 학습할 수 없고 오직 내면의 성장을 통해서만 터득되는 것들. 대단한 철학이나 지식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인생에서 꼭 한 번은 실감해야 하는 것을 난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얻었다.
1학년 교양수업 과제 중 '나에 대해 소개하기'가 있었다. 정해진 양식이 없어 어떻게 글을 구성해야 하나 몇 날 며칠 고민한 끝에 알파벳 하나를 가지고 나를 표현해 보기로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첫 번째 B는 'behave', 두 번째 B는 'brave'다.
아래는 한 바닥 남짓한 글의 마지막 문단이다. 글을 잘 적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던 나의 마음이 담겨 있어 애틋하다.
Blooming, 꽃 같은 사람입니다. Blooming은 '활짝 꽃 핀', '만발한'이라는 뜻으로 꽃같이 밝고, 아름다우며 매력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저는 저를 수많은 꽃 중 동백에 비유하겠습니다.
첫째, 동백은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수명이 길어 수백 년을 삽니다. 둘째, 튼튼하고 병충해와 해풍에 강합니다. 저도 제 마음을 단련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렇게 다져진 신념은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셋째, 동백은 뛰어난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쉽게 공감할 줄 알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점이 동백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세 가지 덕목이 모두 중요하나, 마지막 "꽃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제가 가장 우선시하는 신념입니다.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따뜻하며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쉽게 꺾이지 않는 마음, 느리지만 오래가는 단단함,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 그땐 그것이 나의 본질이라 믿었고 또 그렇게 살고 싶었다.
누군가는 오글거린다는 말 한 번으로 이 글과 나의 삶 자체를 재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매우 신경 쓰면서도 긍정적인 반감이 들었다. 글은 저렇게 써놓고 겨우 남의 시선 하나에 주눅 들기 싫었던 나는, 조금은 쑥스럽고 민망해도 이대로 과제를 제출했다.
스스로를 '꽃 같은 사람'이라 말하는 스무 살의 내가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 앞으로 겪을 풍파가 얼마나 거셀지 감히 짐작하지도 못하고 열의에 가득 찼던 때였다. 어쩌겠나, 그때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인 걸. 이때의 나는 나름의 고민과 스트레스로 종종 밤잠을 설쳤다. 그 와중에도 아등바등 내가 나서서 나를 사랑하려 애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시절의 기억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어른이 되어 가장 등한시했던 '자신을 사랑하기'.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잘 해내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성숙해지는 것은 아님을 한 번 더 깨닫는다.
배움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었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도 배움을 얻고,
더 나아가 인생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