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낮달처럼 떠 있다.
목도리를 벗어 가방에 넣고,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달그락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꺼내 달에 두고 켠다.
라이터 불보다도 흐릿한 낮달.
나는 낮달처럼 떠 있다.
달은 밤에만 뜨는 것이라 가끔 낮에도 달이 뜨면 사람들은 굳이 달을 낮 뒤에 붙였다.
연속에 순서가 있을 리 없지만, 굳이 사람들은 그렇게 정했다.
직접 달에 가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까.
사실 달은 뜨고 지는 게 아니란 걸, 낮에도 밤에도 달은 달인걸.
뜨고 지는 건 사람들의 눈이란 걸.
나는 낮달처럼 떠 있다.
태양의 밝은 빛에 묻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떠 있다.
태양 빛에 낯이 뜨거워 밤으로 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