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연애를 해야겠어.
왜 굳이 내년이야?
올해는 재수가 영 없거든.
직전의 연애 기간과 그 이후의 시간이 엇비슷해질 때 즈음, 연애의 필요성을 느꼈어. 정확히는 외로움을 달래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 외롭지 않다라는 프로파간다가 흐릿해지며 외로움은 떠오른 것이야. 어둠이 흐려지며 새 해가 밝는 것처럼. 새해의 다짐을 한게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성패가 명확한 다짐을.
어둠이 흐려지기까지 빛이 없던 것은 아녔어. 전조등도, 반딧불이까진 아니더라도 그정도 밝기의 핸드폰 불빛도 있었지. 누군가는 가로등처럼 굳게 서 있었고, 누군가는 형광등처럼 밝게 날 비춰주었어. 어떤이는 핸드폰처럼 가까이에 있기도했어. 불빛을 쬐는 동안은 지금이 밤인지도 몰랐지만, 눈을 돌리면 어둡기만했고, 꺼지고 있는 건지 켜지고 있는 건지도 모를 점멸의 순간엔 눈앞이 흐려지더라고. 그러니까.
가로등 불빛은 내가 한 발만 뒤로 물러도 조도가 낮아졌고, 전조등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금세 날 스쳐갔어. 핸드폰의 불빛은 집중하기 쉽고 그동안엔 세상이 온통 밝기만 했지만, 전원버튼 한 번이면 온 세상이 꺼져버려.
새 해가 떠야만 해. 내가 어디로 가더라도, 제자리에 서더라도, 꺼지지 않고 온 세상을 비추는 해가 밝아야돼.
그게 이유야?
당위랄까?내년엔 우리 보지말자.
왜! 내가 뭐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