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의자
누군가의 허전한 시간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함께 하는 의자
의자에 앉은 이가 누구인가 그 정체를 궁금해하며
온전히 그 사람의 숨결을 듣는다
잠시 비워둔 나의 빈자리가
누군가의 인생으로 채워진다
행여나 내 자리가 불편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오로지 진심 어린 마음만 내어주며
작은 오해도 만들고 싶지 않아
그저 조용히 기다린다
앉은 이의 정체를 판단하기보다
앉은 이의 속사정을 먼저 알아차리고
묵묵히 삶의 과정을 살펴주는 의자의 삶이다
어느 사연과 어느 사연을 이어주며
삶이 지나가는 잠시의 흔적을 지워준다
누군가의 슬픔을 온전히 받쳐주고
누군가의 행복을 조용히 함께 해주고
누군가의 외로운 시간을 버티게 해 주고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의자에 앉은 이 대신하여 주인공이 되고자 하지 않기에
가만히 서 있는 허공의 빈 공간을 나의 것이라 여기지 않으며
빈 공간에 앉을 이에 대한 사색으로 일생을 채워간다
소소한 사색의 끝에 만난 빈 공간의
사연 많은 주인들이
단단한 삶의 주인이 되도록 다독이며
사연 많은 의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