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는 철학

by 채송화

꽃을 피우는 철학



꽃에게 묻는다

너에게 기다림이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기다림이 주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웠었는지


꽃이 답한다

나에게 기다림이란 꽃을 기다리는 자를 위한 것이었고

기다림이 주는 공허함은 피어날 꽃을 상상하는 즐거움이었다


꽃은 생각한다

나를 반기지 않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웃음 지을 수 있을지

꺾여간 나의 꿈 앞에서도 끝끝내 세상이 아름다웠다 할 수 있을지

누구도 나에게 세상에 온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지


꽃은 정의한다

나를 반기지 않는 자가 누구든 끝내 웃음 짓도록 나부터 웃을 것이고

꽃대가 꺾여 꿈이 다 할지라도 혼자가 아니어서 아름다웠다 할 것이고

삶의 이유를 모를지라도 행복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 여길 것이다


꽃은 알지 못한다

슬픔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절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이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꽃은 선택한다

무엇으로 살아갈지

무엇을 선택할지

무엇을 기억할지

무엇을 사랑할지

스스로 선택한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그저 비탄의 감정에 젖어

삶의 기쁨을 잃어가지 않는 사랑을 선택한다


꽃은 다짐한다

운명의 굴레를 숙명이라 받아들이는 시간 속에

나의 운명이 가혹하다 여기지 않으며

기다리는 것도 내 본디 운명이요

가는 것도 내 본디 운명이라

스스로의 길을 세월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꽃들이 운명 앞에서 쉽게 변명하지 않는 것은

그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살아보지 못하는

세상의 공평함 때문일까


꽃은 운명 앞에서 불평 없이 피었다 지며

길 위의 철학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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