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도 꼼짝하지 못하고

by 채송화
한 발짝도 꼼짝하지 못하고




네가 오기를 밤새워 기다리다

서서 잠이 들고

또 아침이 되어서도 너를 기다린다


네가 오기로 약속하지 않았건만

오늘도 나는 스스로 약속을 만들어

세상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자

한참을 인기척을 고대한다


한 발짝도 너에게 다가갈 수 없는

내 짧은 목숨줄이 목 빼고 너를 기다린다


애가 타기는 시간이 없기에

짧은 시간의 만남을 고대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하여

나만의 시간을 누리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비칠까 염려하고 또 다른 생각을 덧붙여

나만의 인생을 지어가기로 마음을 돌린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먼저 꽃을 피운 이유를 만들어

세상 사는 동안 짧은 목숨 한탄하지 않아야지


기다림이 원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내가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지


한 발짝도 세상에 다가갈 수 없기에

내 유일한 사랑의 방식으로

내 목숨 아끼지 않고 향기를 보낸다


한 발짝도 꼼짝하지 못하는 사정을

세상 모두에게 운운하지 못하지만

오늘도 나 홀로 피어난 꽃들이 보낸 향기로

온 세상은 이미 행복해진다


다가오지 않는 사랑이라고

세상의 모든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기를


조용히 조용히

목숨이 또 다른 목숨을 잉태한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잉태한다


숨은 사랑도 사랑이라

기다리는 사랑도 사랑이라

전하지 못한 사랑도 사랑이라

아직 알지 못한 사랑도 사랑이라

너와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잉태한다


이제 오는 봄에 피어날 꽃들이

세상에 향기를 보내기 전에

먼저 버선발로 뛰어가 사랑을 기다린다





이전 24화꽃을 피우는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