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자신의 운명에 해박하다

by 채송화

봄은 자신의 운명에 해박하다




언젠가 피어날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아는 것처럼

언젠가 시들어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봄은 자신의 운명에 해박하다


운명을 안다고

모두가 운명 앞에 웃을 수 있을까


운명에 대해 많이 안다고

운명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고

운명의 맞서 다른 이의 운명을 탐낼 수 없으며

한시적인 망각은 운명을 잠시 멈춰 세우며

운명을 어떻게 살아가며 받아들일지

반드시 내몰리는 전쟁터의 전사가 된다


한 운명의 전선은

스스로 생의 패배자가 될 것처럼

때론 잔인하고 처절하다


또 다른 운명의 전선은

생의 승리자가 될 것처럼

때론 우아하고 근사하다


많은 희망들이 봄날을 살아가며

많은 목숨들이 오가는 생의 사투에서

봄은 자신의 운명에 해박하지만

운명의 전선에서 패배자일지 승리자일지

미리 정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의 운명을 알아도 모른 척

내일이면 사라질 운명의 압박에도

봄은 내일의 마음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오늘의 봄은 오늘의 마음을 누린다


인생의 시나리오는 뻔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마음에 해박하지 않아

운명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우아하고 근사한 인생의 아군을 포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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