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본질

by 채송화

사유의 본질




시간은 공간과 공간 사이를 누비며

투명인간처럼

우리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으며

나를 응시하며 지켜본다


내 공간에 침투한 시간은

내 감정이 무너진 날

나의 마음을 분해하고 다시 조합하며

산산조각 난 내 인생의 뼛조각을

얼기설기 다시 이어 붙이고

내 영혼을 간신히 받쳐주며 호흡을 이어간다


나의 사유는 시간의 빈틈을 노리고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는 과거의 혼란과

현재의 비장함과 미래의 운명을 지적하며

탈출을 시도한다


나를 떠나지 못하는 내 인생의 시간들이여

내가 너를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구나


내 사유의 본질이 내 마음인 줄 알았으나

내 사유의 본질이 시간이니

내 사유의 끝은 시간의 끝이리라


시간은 세월이 오래도록 나를 사유케 하며

인생을 도둑맞지 않도록 나를 호위하며

낮이나 밤이나 나의 안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다


시간의 종말은 내 사유의 종말이며

내 사유의 종말은 시간의 종말이다


시간 안에 사유가, 사유 안에 시간이

서로의 운명을 연장시키며

사유는 탈출을 멈추고 시간과 협상을 시도한다


사유는 스스로 시간 안에서 자유롭고

시간은 스스로 사유 안에서 자유롭다


사유가 과거, 현재, 미래의 내 모든 시간을 관통하며

서로의 운명을 재촉하지 않고 함구한 채

인생을 해석하며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이전 27화세상은 아무것도 멈추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