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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 Nov 04. 2020

오늘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아드님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11월 4일

오늘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아드님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문아~날씨가 추워졌다. 어제 배달 온 바지는 안입을 거야? 반품할까? 패딩도 사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적당한 가격대 맘에 드는 브랜드 골라서 알려줘. 누나랑 바꿔 입을수도 있으니 이왕이면 둘다 마음에 드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엄마가 사다 주는건 다 좋다고 입었었는데, 요즘엔 너무 까다로워져서 엄마가 옷살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누나도 문이도 너무 까다로워. 엄마는 시간은 돈이다 생각해서 고민안하도 그냥 막사는 편인데, 반품도 엄마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봐서 웬만하면 반품과 교환도 하지 않는단다. 샀다가 반품하고 교환하는 사람이 제일 싫었거든. 상품가치도 떨어지고, 여러 가지로 피해가 된단다. 그렇다고 맘에 안드는건 너희들은 아예 입지도 않으니 쌓아놓고 살수는 없으니 반품하는게 맞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문이랑 같이 아울렛 같은곳에 가서 입어보고 샀으면 좋겠어. 인터넷으로 고르기도 힘들고, 사이즈 찾기도 힘들고, 배송왔는데 맘에 안들수도 있으니 옷한벌 사려면 한달은 걸리는듯해.


문이 덕분에 엄마가 매일 아침 글을 쓰게 되어서 고맙다. 사실 매일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쉽게 안됐거든. 엄마는 글을 써야 수입이 생기는데도 자꾸 미루게 되네. 이거와는 다른 종류의 글이지만... 이 편지로 문이와 소통도 하고, 엄마도 반성도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고민도 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 것 같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자식을 통해서 성장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라는게 이렇게 증명이 되네.


사실 엄마는 예전에 “세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 라는 책을 내고 싶었단다. 영재는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엄마는 게으르기도 하고, 너무 자기주관 뚜렸한 너희 셋 때문에 진즉에 포기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해. 어려서부터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고 이끌어줬으면 누나도 문이도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딴 생각 못하게 엄마가 시간맞춰서 학교앞으로 데리러 가고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고 그랬어야 했던걸까?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초등시절에는 친구들과 놀면서 커야한다고 방임을 했던게 학교를 멀리하게 한건 아닌지 후회 아닌 후회도 한다.


엄마는 문이가 공부가 아닌 무언가 하고 싶은걸 찾았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즐겁게 할수 있는걸 찾아보지 않으련? 어제 할머니가 전화를 하셨는데 제일 먼저 묻는게 문이 학교는 잘다니냐고 물으시더구나. 지금 할머니의 최대 관심사와 걱정은 문이란다.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와 할머니가 매일 문이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단다. 


어제 일찍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어서 고맙다.

오늘도 학교 잘 다녀오고 좋은일 행복한 일이 많길 ~~


항상 너의 뒤에 서있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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