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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Feb 03. 2022

[헤일로 인피니트] FPS의 정수, 그리고 담백함

  근래 유행했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에이팩스 레전드 등의 FPS 게임은 보통 PC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원초적인 것 중 하나는 엄지로 스틱을 조작하는 패드보다 마우스로 조준하는 게 훨씬 더 쉽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도 그러한 이유로 FPS는 콘솔보다 PC에서 더 많이 즐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등장한 [헤일로]는 주류 플랫폼을 콘솔까지 확장할 정도로 FPS 게임의 기본을 새롭게 정립하였습니다. 패드 조작에 맞춰 자동 조준 등을 지원했고, 게임 진행 속도를 늦춘 동시에 다양한 무기 조작을 각 버튼에 할당하여 즉각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게다가 기존부터 있던 적 인공지능에 은폐, 엄폐, 퇴각, 회피 등을 추가했으며 개체마다 다른 성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덩치가 작은 적은 자주 도망쳤고, 덩치가 큰 적은 오히려 달려들곤 했습니다. 콘솔 게임기에 FPS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새로운 시스템과 방향성이 맞물려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최신작인 [헤일로 인피니트](이하 헤인피)도 같은 방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헤인피]가 기본 요소를 어떻게 잘 활용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적마다 행동 방식이 다르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 시리즈는 콘솔 FPS의 기본을 설립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 내에서 기본적인 조작법을 잘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이동이나 시점 변환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준과 발사 방법도 생략하고 진행합니다. 그나마 있는 설명도 탐색이나 갈고리총 등 다른 작품에 없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치 과묵한 주인공처럼 누구나 알법한 건 말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처음부터 콘솔 FPS 경험자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게임만의 정공법을 튜토리얼로 파헤치면서 접근하고자 하면 의외로 막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무기 이름의 색깔을 다섯 가지로 보여줘서 각자 특징이 있음을 암시했고, 직접 싸움을 겪으면서 상황에 따라 총을 선택해서 써야 한다는 생각하게끔 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들 수 있는 무기는 2개로 제한하고 탄창 수도 적게 하여 무기를 계속 수급하고 바꿀 수 있게 유도하였습니다. 실제로도 주인공이 쓰는 무기는 대부분 적진에서 빼앗거나 줍는 것들입니다.


갈고리총과 코일 사용법은 컷신으로 미리 알려주긴 한다


  주인공의 무기는 앞서 말했듯 총 2개(가끔 칼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류탄과 장비를 각각 하나씩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시점에 따라 단출한 구성이기도 해서 총만 잘 쓴다고 게임을 잘 진행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유저는 주변 환경에 많은 집중을 쏟아내야 합니다. 적의 탄환을 막아줄 구조물은 기본이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요소도 꽤 준비되어 있습니다. [헤일로]에는 코일이라는 폭발물이 있습니다. 그 코일을 적에게 던져 맞추거나, 혹은 멀리서 총으로 쏴서 터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탈 것에 탑승하여 설치된 총기류를 사용할 수 있고, 그냥 들이받아서 적을 해치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플라즈마 캐논 등 거치형 무기는 따로 탄환을 채울 수 없지만 성능이 좋습니다. 적들에게 포로로 잡힌 인간을 구해주어 같이 싸우기도 합니다. 여기에 현실감 넘치는 적의 행동까지 합쳐지면 상황이나 유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전투를 즉흥적으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로 갈고리총입니다.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헤인피]는 적 거점 한가운데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끄트머리부터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좋은 환경 요소가 있어도 유저와 떨어져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갈고리총입니다. 위협 탐지기, 투척 장벽, 추진기 등과 함께 장비로 활용되는 도구이며, 스파이더맨의 웹슈터처럼 무언가를 회수하거나 주인공을 직접 이동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저와 환경의 물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장비지만 이에 파생되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자유로운 이동은 기본이고, 적에게 접근, 총이나 코일 등 회수, 적 무력화, 실드 해제, 탈것 탑승 등이 있습니다. 마치 [젤다의 전설 시리즈]처럼 버튼 하나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특히 주인공보다 작은 적에게도 끌려가는 걸 보면 일부러 접근전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헤인피]의 난이도를 낮게 설정하면 근접 타격으로도 적을 처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헤인피]의 전투 방식은 보통 FPS처럼 거리를 두고 싸우는 것도 있지만, 적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상황을 바꾸는 것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갈고리총 외의 장비는 생각보다 실용성이 적은 편입니다. 분명 효과는 있지만 갈고리총을 포기하면서까지 쓸만큼 좋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탈 것 뺏기 / 코일 회수


  담백한 전투 시스템은 분명 [헤인피]의 재미와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탈 것으로 적을 들이받든, 무기를 자주 바꾸든, 접근전 위주로 하든 다양한 전략을 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의 영향 때문인지 메인 시나리오 진행 중 도착하는 적 거점 외에는 특이한 곳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퍼즐을 이용해 흥미를 끄는 것도 거의 없고, 이미 만났던 적들만 등장해서 대부분 비슷한 구성입니다. 오픈월드를 처음 만들기 때문에 일부러 간단하게 만든 걸 수도 있습니다. 거점 워프도 없고, 지도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려주는 걸로 봐선 탐험보다 추가 콘텐츠를 우선시하여 개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오픈월드는 재미있는 전투를 더 할 수 있는 필드일 뿐, 탐험할 때의 설렘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메인 스토리 위주로 진행되는 방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끝날 때까지 자주 보는 것들이다


  [헤일로]가 보여줬던 신선함은 이제 콘솔 FPS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개발사는 그 부분에 집중하여 [헤인피]를 만들어냈고, 기본에 충실했을 때 얼마나 깊어지고 재미있어지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경험자에게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총 게임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FPS를 즐기던 중 복잡한 시스템에 싫증이 나신 분, 혹은 [헤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전작들을 미리 해야 이해할 수 있고, 그마저도 번역이 엉망이라서 더 헷갈립니다.


나도 그래


  [헤인피]는 주류 콘텐츠를 전투 하나로만 하고, 그것에만 집중하여 개발한 게임입니다. 사실 그게 완성도를 그나마 무난하게 끌어올릴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끔 핵심 요소를 몇 개나 준비하고, 이를 비슷한 비중으로 잡아서 만든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액션 게임의 전투와 시뮬레이션 게임의 농사가 합쳐졌음에도 훌륭한 균형을 유지한 게임을 다뤄볼까 합니다. 2주 뒤에 만나볼 작품은 바로 [천수의 사쿠나히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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