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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Apr 01. 2022

[셀레스트] 딸기가 왜 거기에 있나

  스토리만 흥미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가끔 괴롭기도 합니다. 다음에 어떤 기믹이 나올지 기대되지도 않고, 가끔 컨트롤러를 내려놓는 순간이 오면 그냥 영화나 보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자에게 게임이란 스토리만 흥미롭다고 소비자가 머물지 않는 매체입니다. 엔딩이 목표라면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재미나 경험 등을 계속 새롭게 제공하고, 난이도를 조금씩 올려서 도전 욕구를 자극해야 합니다. 그만큼 도전 욕구는 게임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게임일수록 그러한 의욕을 잘 자극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발전해오면서 정석같은 설계에 성공한 게임도 있고, 이를 살짝 변형한 게임도 있습니다. 전자는 [슈퍼마리오 3D 월드](이하 마리오3D)고, 후자는 [셀레스트]입니다. 이번 글은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난이도 조절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결국 또 등장한 마리오


  우선 가장 이상적인 난이도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난이도는 반듯한 상승선입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맞지만, 사실 정확히 따지자면 틀린 그래프입니다. 필자는 저번에 [데스 스트렌딩]이란 작품을 다루면서 유저는 본인이 얼마나 잘하는지 느낄 때 게임을 재미있게 즐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일정하게 오르기만 한다는 건 유저의 성장에 맞춰 게임이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진행하든 매번 똑같은 압박막 느끼면 스스로 얼마나 강해졌는지 체감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막막하다고 느껴져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상승선에 가끔 하락선이 등장해야 합니다. 쉬운 예시를 들자면 어려운 보스를 고생해서 잡은 후 잡몹을 처리하는 순간 등이 난이도가 잠시 떨어지는 때입니다. 유저가 ‘넌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몬스터를 잡으면 더욱 좋습니다. 게임이 어려워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쉬운 구간이 조금이라도 없으면 유저는 게임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반듯한 상승선보다 꺾인 상승선에서 성장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이걸 잘 사용할 수 있는 게임 구성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지 방식입니다. 그래서 [마리오 3D]와 그 외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스테이지에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에선 새로운 퍼즐 하나를 소개합니다. 유저에게 기믹을 학습시키며, 난이도가 가장 쉬운 구간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선 퍼즐의 난이도를 강화시킵니다. 낙사 구간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기믹을 보여주어 차츰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선 강화된 퍼즐과 새로운 퍼즐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저번에 다룬 [컵헤드]처럼 2가지 패턴을 동시에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해당 스테이지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입니다. 마지막은 골인 지점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지금껏 사용한 퍼즐 요소가 준비되긴 하지만 무시해도 괜찮습니다. [마리오 시리즈]에서 최대한 깃발 높은 곳을 잡을수록 보상이 커지지만 어차피 목숨 하나 추가 정도입니다. 그정도는 특정 스테이지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되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성을 [마리오 시리즈]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으며,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퍼즐 요소와 함께 모험의 설렘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마리오 3D] 5-4 스테이지


  [셀레스트]에서는 각 챕터마다 새로운 퍼즐 장치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마음껏 가지고 놀거나 당할 수 있는 방이 초반에 존재합니다. 특정 기믹을 직접 만지게 하여 학습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습니다. 그리고 다음 방부터 장치의 활용법과 게임 난이도가 점점 심화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마리오 3D]의 세 번째 단계까지와 유사합니다. [셀레스트]에서 그 작품의 네 번째 단계가 나타나는 순간은 딸기가 등장할 때입니다. 딸기는 [마리오 3D]의 골인 지점처럼 도전 욕구를 자극하지만 수집해봤자 엔딩 사진에 약간의 변화를 줄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행 루트에 살짝 벗어난 곳에, 심지어 살짝 더 어려운 곳에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스스로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건 다 가져가려는 본능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셀레스트]의 빨기가 [마리오 3D]의 네 번째 단계보다 도전 욕구를 더 강하게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딸기의 사용처를 알아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안그래도 어려운 게임을 더 어렵게 느끼게 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유저가 스스로를 쉬운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붉은 가시를 피해 안전한 곳에 착지해야 딸기를 얻을 수 있어서 게임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셀레스트]와 [마리오 시리즈]는 쉬워지는 구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셀레스트]는 엔딩 이후 이러한 구성의 스테이지를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저는 엔딩이라는 목표에 도달했고, 이후에 남은 컨텐츠는 게임을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남긴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플레이어에게 원동력을 줄 필요가 줄어듭니다. 도전 욕구가 꺾일 걱정도 줄어드니 난이도는 잘 내려가지 않으며, 개발자는 스스로 걸어둔 제한을 풀고 생각만 했던 스테이지를 만들어갑니다. 두 작품은 엔딩 이후에 신속함과 정확함을 더욱 요구하고, 플레이 가짓수를 거의 하나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럼에도 원동력이 줄어들지 않는 사람들은 소위 고인물이 되어 한 게임을 반복합니다. 숙달된 자들에게 쉬운 구간보다 어려운 과제가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여긴 또 어디야


  [셀레스트]는 어려운 플랫폼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필자도 이런 게임을 좋아하지만 B사이드라는, 숨겨진 스테이지도 너무 어려워서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든 섣불리 추천하기는 힘듭니다. 실력이 좋으신 분들은 상관없지만 만약 어려운 게임에 도전하기 망설여지는 분들은 할인했을 때 해보길 권해드립니다. 메인 스토리 분량이라면 어느정도 진행할 수 있을 정도고, 너무 힘들면 딸기를 포기해도 괜찮습니다. 앞서 말했듯 [셀레스트]의 난이도는 유저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것만 포기해도 쉬운 구간이 늘어나니 어느정도 할만할 겁니다.


개발자가 게임 내에서 이렇게 알려주기도 한다


  [셀레스트]는 등산하는 컨셉이라서 위로 올라가는 구간이 많은 편입니다. 스토리가 레벨 디자인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 건데, 가끔 컨셉을 지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모든 적을 인간 사이즈로 만들면 개발 난이도가 올라가는 편인데, 이걸 고집해서 결국 난이도가 크게 오른 작품입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재미도 분명 가지고 있는 게임, 다음에 다룰 작품은 [시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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