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 링]은 [다크 소울]이나 [세키로] 등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최신작이며, 필자에게는 그 개발사 게임을 [엘든 링]으로 처음 접하는 친구가 2명 있었습니다. 이때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다크 소울]을 먼저 접한 지인들과 필자는 공략을 어느 정도 보면서 진행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플레이했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경험에서 나온 걸 수도 있습니다. [다크 소울3](이하 닼소3)을 미리 하면 [엘든 링]에서 아이템을 얻거나 적과 교전을 벌일 때 자기가 있는 곳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개발사가 어려운 게임으로 유명하다 보니 초보자는 큰 난관을 힘들게 해결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필요 이상의 고생을 겪고 맙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에서 공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초보자가 고생하다 지쳐 포기할까 봐 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엘든 링]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되지는 않았으니 주의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갑자기 무서워진다
우선 유저마다 공략을 대하는 태도가 왜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필자가 공략을 안 보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입니다. 자기 실력과 전략을 의심하고 싶지 않고, 스스로 얻어낸 성취감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힘들어서 포기하고픈 순간이 오더라도, 그조차 자신의 여정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반대로 공략을 보는 이유는 개발사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품이 훌륭해도 옥에 티라고 불릴만한 순간은 존재합니다. 그때 고생한 만큼 보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괜히 시간 낭비하고 싶지도 않을 때가 있곤 합니다. 만약 12시간 고생해서 보스를 잡고 성취감을 크게 느꼈다고 해도, 그걸 또 반복하고 싶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결국 공략을 볼지 말지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한 매체이며, 자존심이나 의심 때문에 좋은 경험을 망치고 싶은 유저는 없을 겁니다.
공략이 없었다면 이 구간을 건너가기 많이 힘들었을 듯
원래 본 작품 개발사의 게임들은 높은 난이도 때문에 꺼려지는, 특정 마니아에게만 인기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최신작인 [엘든 링]으로 입문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매우 많았습니다. 메인 개발자가 [엘든 링]에 적을 이기는 방법을 다양하게 넣어놨으니 처음엔 공략 없이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고 인터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치 게임이 쉬워졌다는 듯한 얘기였지만 게임을 실제로 해본 결과 그의 말은 반만 맞았습니다. 다양한 전략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준비하거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자기 힘에만 의존하는 건 초보자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마술을 쓰거나 교체하는 법, 양손 잡기 등 필요한 정보를 로딩 중에 알려주다 보니 늦게 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정도는 플레이하면서 저절로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체 소환법을 알기 위해 일정 시간대에 정해진 지역으로 가야 하거나, 학원의 휘석 열쇠 등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처럼 필수적인 요소를 유저의 운이나 탐험에 맡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무기의 격차를 의도적으로 벌려놨기 때문에 좋은 장비를 어떻게 획득하는지 미리 아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난이도가 많이 달라집니다. 물론 무기 밸런스를 망가트린 건 성장을 더 크게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 겁니다. 하지만 [다크소울]보다 맵도 넓으면서 이 모든 걸 전작보다 더 숨기거나 애매하게 드러냈으니 유저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혼자 했다면 만나기 힘들었을 히든 몬스터
필자는 게임이나 상황에 따라 가끔 공략을 찾아보곤 하는데, [엘든 링]에서는 뭔가가 막힐 때마다 여지없이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남들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필자는 그만큼 그 개발사 작품을 할 때 진행이 막히면 공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의 재미란 어려울 때가 아니라 본인의 성장을 크게 느낄 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엘든 링]에는 트리가드라는 보스가 시작 지점에 있습니다. 개발자가 그 몬스터를 굳이 그 장소에 배치한 이유는 어려울 때 돌아가라는, 포기할 줄도 알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유저가 오픈 월드를 돌아다니며 레벨을 올리면 보스를 잡을 힘과 체력을 얻게 됩니다. 트리가드는 그때 잡아야 합니다. 전보다 덜 고생해서 잡아야 스스로 강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엘든 링]은 무작정 달려든다고 재미있어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공략을 미리 다 보고 시작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공략을 안 보면 욕 나오고, 공략을 봐도 어렵고, 공략에 숙달돼야 할만해지는 게 그 개발사의 게임입니다. 진행 중 막혀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봐도 됩니다. 게다가 어차피 그 개발사는 그것 말고도 유저를 괴롭힐 방법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레벨업 안 하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 왜 그 개발자는 공략을 보지 말아 달라고 했는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잠깐 다른 얘기로 돌아가야 합니다. [엘든 링]으로 유입한 사람들은 많지만 목록조차 보여주지 않는 퀘스트, 특정 지역에서만 마술 목록을 바꿀 수 있는 등 초보자가 불편해할 몇몇 요소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임 개발자가 [엘든 링]의 기술적 결함이나 불편함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저들이 갑론을박을 벌였고, 그때 어느 유저가 '[엘든 링]이 퀘스트 마커도 보여주지 않아서 모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공략을 제일 열심히 보는 건 너희들 아니냐.'라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도 이 게임의 퀘스트를 진행할 때 힌트를 불친절하게 풀고, 따로 정보를 메모해두지 않으면 다시 보기 힘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 유저가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는데, 이게 공략이거나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맞는 정보만 주던 타 작품들과 다르게 그들의 게임은 불확실한 것투성입니다. 필자는 이것들이 유저의 능동성을 끌어올리는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공략을 적극적으로 보게 하거나 몇몇 즐길 요소를 놓치게 만들더라도 유저가 주도적으로 앞길을 헤쳐 나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략을 보지 말라는 말이 그 이유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맞는 말도 자주 한다
[엘든 링]은 저번에 다룬 [닼소3]을 베이스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조합, 밝아진 분위기, 넓은 맵을 꽉 채워 넣은 콘텐츠 등 전작보다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만 난이도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필자는 [엘든 링]이 더 쉬웠지만, 누군가는 [닼소3]이 더 쉽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취향이나 경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나온 1.04 패치를 보면 유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내용이 꽤 많아서 게임 출시 직후보다 난이도가 더 떨어졌을 거라 추측됩니다. 어려운 보스를 꼼수로 잡는 방법도 몇몇 있으니 한번쯤 [엘든 링]을 즐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래뵈도 전작들 비교하면 나름 밝아졌다
[닼소3]을 다루고 나서 WRPG와 JRPG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WRPG는 테이블에서 즐기던 역할 놀이를 컴퓨터로 옮기며 탄생하였습니다. 자유와 생동감이 그 장르의 무기이며, 판타지 세계에서의 또 다른 나 자신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JRPG는 이와 확실히 구분됩니다. 영향을 받은 것도 다르며, 추구하는 방향성도 일본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JRPG의 기틀을 마련하고 지켜온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다음에 다룰 작품은 [드래곤 퀘스트 11 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