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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Nov 12. 2021

[원신] 레벨 디자인이 이끄는 대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1] 1-1 스테이지의 레벨 디자인은 역사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유저에게 점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 처음부터 물음표 상자를 배치했고, 버섯처럼 생긴 굼바를 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정면에서 부딪히게 했으며,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점프부터 하게끔 했습니다. 파이어 플라워를 먹은 후 나오는 불꽃이 사선으로 발사되는 것도 점프를 유도하기 위한 디테일입니다. 그 외에도 길게 누를수록 높이 점프하는 등의 시스템을 계속하게 만들어서 튜토리얼로서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레벨 디자인이 무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특정한 무언가를 유도하는 레벨 디자인은 굉장히 만들기 어렵습니다. 물론 RPG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할 때 사냥이나 수집, 채광, 퍼즐 등이 무수히 등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지루해하지 말라는 의미의 레벨 디자인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콘텐츠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배치될 때도 있습니다. 그 방향성을 [원신]의 필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 없이 학습시키는 레벨 디자인


  [원신] 같은 오픈 월드는 넓은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임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수집이나 사냥 등의 콘텐츠가 아무렇게나 흩뿌려지고 끝인 것처럼 파악될 수 있지만, [원신]의 레벨 디자인을 자세히 보면 유저의 능동성을 이끌어내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원신] 초반부에는 산을 타고 올라간 후 밑에 있는 일곱 신상을 발견하는 동선이 있습니다. 이때 등장한 상승과 하강 운동은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신의 눈동자나 보물 상자는 고지대에 있거나, 혹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파악할 수 있거나, 혹은 바로 밑에 있습니다. 그래서 유저는 언제나 절벽 등반으로 올라가거나 활공으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많이 합니다. 높은 곳에서 주변을 파악하는 건 현실에서도 통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고지대로 올라가라고 지시한 적이 거의 없는데도 유저가 스스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는 [원신]에서 그 행동의 결과가 의미 있던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미가 없는 순간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행동의 원동력은 그저 만연한 기대감일 뿐입니다. 하지만 유저는 그 기대감 때문에 목적지를 능동적으로 정하고, 이동하는 동안 수집이나 사냥 등의 콘텐츠를 즐깁니다. [원신]은 플레이어가 느긋하고 장기적인 게임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설명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의 레벨 디자인에도 대부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원신]에서는 '신의 눈동자'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서 활공해야 한다 / [야숨]에서는 그냥 올라가야 한다


  사실 [원신] 출시 전부터 [야숨]의 표절작이라고 비판받아왔습니다. 활공이나 절벽 등반, 스태미나 시스템, 몬스터 컨셉, 곳곳에 뿌려둔 퍼즐 등 유사한 부분은 분명 많습니다. 그렇다고 [원신]이 표절작이란 뜻은 아닙니다. 원래 레벨 디자인이란 전작들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데스 도어]라는 작품도 고전 젤다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보통 게임에서는 새로운 능력을 준 후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새로운 퍼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고전 젤다에서 새로운 퍼즐을 풀려면 기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나중에 줍니다. 즉 설명을 미리 하고 새로운 능력을 줘서 퍼즐의 깊이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것입니다. [데스 도어]는 그러한 레벨 디자인 철학을 잘 가져와서 만든 게임입니다. 그러나 [원신]과 다르게 젤다라이크로 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표절의 기준 자체가 애매한 것도 있고, [원신] 개발사가 옛날부터 표절 의혹을 너무 많이 일으켜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원신]에 보완점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무조건 참신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야숨]을 너무 숭배하고 다른 게임을 배척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그만큼 [원신]은 [야숨]과 다른 차별점이 존재합니다.


퍼즐을 풀어가는 방식이 새로운 능력의 튜토리얼이기도 하다


  차이점이자 발전 방향은 완성형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라이브서비스의 장점을 취하는 것입니다. [야숨]은 분명 복잡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콘텐츠와 넓은 맵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퍼즐 요소의 특성상 적당한 난이도로 양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본편엔 할 수 있는 모든 퍼즐을 다 채워 넣어서 추가 DLC 2개엔 기존 요소를 재활용하는 것들만 들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신]은 맵과 기믹을 계속 추가하여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야숨]에 있던 수많은 기믹이 [원신]에선 캐릭터와 원소로 명확하게 구분했기 때문에 조합이나 전략을 짜는데 더욱더 직관적이고 파악하기 쉽도록 변했습니다. 퍼즐도 이나즈마란 곳부터는 복잡해지는 편이라서 개발할 때 특정 난이도에 고집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성능보다 매력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인물만 키워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해놨습니다. [야숨]을 즐긴 사람은 기본 100시간에서 300시간 정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분명 그것도 많은 시간이지만 [원신]에선 그보다 더 오래 즐길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그 작품엔 충분한 매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는 [야숨]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원신] 개발사가 양심을 잘 지켰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이나즈마란 맵이 추가되면서 퍼즐 난이도가 올라갔다


  이번엔 지금껏 서술했던 것과 조금 다른 내용을 짚어볼까 합니다. [원신]은 닌텐도 스위치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에서 실행할 수 있지만 레벨 디자인은 분명 패키지나 PC 게임에 가깝습니다. 모바일로 하기엔 주변 환경을 관찰해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퍼즐의 깊이나 캐릭터 성장 방식은 모바일에 가깝습니다. 그 외에도 플랫폼마다 다른 요소가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필자가 [원신]을 처음 했을 때 느낀 건 괴리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의문스러운 건 왜 모바일까지 플랫폼을 확장했는가 입니다. 게임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보통 집에 콘솔이나 PC가 있어서 [원신]에 굳이 모바일 유저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출시 1년이 지났는데도 발열이나 최적화가 해결되지 않았고, 조작 방식도 모바일에 부적합합니다. 그런데도 모바일 버전을 만든 건 과금 구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원래 유저들은 유료 패키지 게임에 추가적인 필수 과금 요소가 들어가는 걸 매우 혐오합니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초기에 있던 캐릭터 수집형 과금 구조가 너무 악랄했습니다. 하지만 [원신]은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모바일의 과금 모델, 콘솔의 조작 방식, PC의 레벨 디자인 등이 다 들어간 혼종입니다. 그래서 과금 모델 등 민감한 요소들이 크로스 플랫폼 때문에 나름 자연스러워집니다. 아까 짚었던 모바일의 문제점도 PC나 콘솔로 플레이하거나 휴대폰 사양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플랫폼 이전이 쉽다는 유니티 엔진의 장점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은 개인적으로 [원신]이 처음입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에 아직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유니티 엔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이 스위치로 들어가면 병목 현상, 즉 게임 성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스위치에 진출하면 최적화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무료 모바일 게임식 과금 모델을 넣기 위해 모바일 버전을 만든 게 아닐까?


  [원신]은 초창기 이미지가 너무 안 좋게 잡혀서 그렇지 나름 괜찮은 게임입니다. 이동이 많아서 마음을 느긋하게 먹게 되고, 매번 새로운 이벤트로 즐길 거리를 계속 제공해줍니다. 그래서 [원신]은 여유를 즐기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숨겨진 비밀을 풀고 보물을 얻으며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추가될 지역과 캐릭터


  게임의 재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레벨 디자인이지만 가장 사랑받는 건 전투 분야입니다. 그리고 가장 설명하기 애매한 분야 또한 전투입니다. 그저 전략의 다양성이나 액션의 깊이로만 풀어내기엔 뭔가 분석이 부족하단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엔 [몬스터 헌터](이하 몬헌)에 등장한 무기와 몬스터로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2편으로 나누어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 게임엔 무기가 14가지나 존재하면서 밸런스가 나름 잘 잡혀있는 게임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몬스터의 공격에 다 대응할 수 있다는 건 모든 무기를 관통하는 철학이 하나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1편엔 그 무기 철학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2편에는 몬스터 위주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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