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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Dec 10. 2021

[몬스터 헌터] 몬스터는 어떻게 싸우는가

  [몬스터 헌터](이하 몬헌)의 스토리는 사실 포르노 수준입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고향을 지키는 것이 [몬스터 헌터 : 라이즈](이하 몬헌 라이즈)의 시나리오이며, 이것이 주인공에게 의무감을 만드는 장치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유저의 입장으로 봤을 때 마을 주민과의 특별한 유대감이나 가족의 복수 등도 없어서 간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몬스터 무리가 지나가는 곳에 마을을 왜 만들었나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몬헌]에서의 스토리는 이 정도로 단순하게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몬스터는 다릅니다. 그들의 움직임과 설정이 너무 치밀해서 전투 시간 10분 내외동안 유저는 몬스터를 인류의 적에서 생태계의 일부라고 생각을 바꾸고 맙니다. 예를 들어 흉포하게 생긴 디아블로스의 주식이 선인장이거나, 크샬다오라의 이빨이 작고 촘촘한 건 입으로 태풍을 내뿜기 때문이라는 설정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요소가 [몬헌]의 매력 중 하나이며, 이것이 헌터와의 전투에도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몬스터와의 전투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디아블로스은 지쳤을 때 선인장을 먹으러 간다 / 크샬다오라의 작은 이빨은 폭풍에도 부서지지 않는다


  2004년부터 시작한 [몬헌] 데미지를 수치로 보여주기 시작한 건 2018년에 나온 [몬헌 월드]부터입니다. 매니악하기로 유명한 시리즈에서 14년 동안 공격 시 이펙트만 보여주다 보니 처음으로 숫자가 등장했을 때 [몬헌] 유저는 게임이 변했다고 기겁했습니다. 게임 자체를 잘 안 하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걸 왜 지금까지 안 보여줬냐고 놀랐을 것입니다. 그 변화의 이유는 새로운 유저층을 끌어모으거나 강함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기 위함이지만, 잘 살펴보면 그것만이 아닙니다. 눈여겨봐야 할 건 데미지 폰트의 색깔입니다. [몬헌 월드]부터 몬스터를 때렸을 때 데미지가 잘 들어가면 주황색, 아니면 회색 숫자로 뜹니다. 무기 예리도 상태나 몬스터 약점 부위, 치명타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데미지일 때 색깔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숫자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저는 자연스럽게 주황색으로 높은 데미지가 뜨는 곳에 집중하게 됩니다. 보통은 이렇게 약점을 노리는 플레이로 유도하는데 몇몇 몬스터에게는 특별한 공략 방법으로 이어집니다. 털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원숭이 몬스터 라잔의 꼬리에는 보통 회색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투기 경화 상태로 들어가면 단단해진 팔 때문에 머리를 노리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꼬리에서 주황색 데미지가 뜨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곳만 노리다 보면 투기 경화 상태가 풀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게 됩니다. 이 방법을 쓰지 않으면 오랫동안 힘든 전투를 이어가게 됩니다. 옛날에는 수많은 실험과 감을 쌓아가며 겨우 공략을 발견했지만 현재는 각 몬스터마다 존재하는 공략법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약점 부위를 이런 식으로 유도하는 건 아니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룡종이나 비룡종에게는 종별로 공통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찾기 위해선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추리하거나 공략법을 따로 찾아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주황색 폰트 데미지가 더 세고 눈에 잘 띈다


  약점이나 몇몇 특수 기믹은 한번 싸워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몬헌]의 전투는 일회성이 아닙니다. 좋은 장비를 얻으려면 똑같은 몬스터를 여러 번 처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유저는 자연스럽게 효율을 따지게 됩니다. 그때 필요한 게 헌터 노트입니다. 대형 몬스터 목록으로 들어가면 한번 잡은 몬스터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무기의 공격 형태는 참격, 타격, 원거리로 나뉘고, 속성은 불, 물, 얼음, 번개, 용으로 구성되며, 상태 이상은 수면, 마비, 독, 기절, 폭파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몬스터 부위별로 어느 정도 데미지가 들어가는지 상세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상황에 따라 무기나 방어구를 다시 맞추는 경우도 생깁니다. 다만 그 정보를 그대로 믿어도 안 됩니다. 불이나 분진 공격을 쓰는 테오-테스타토르라는 몬스터는 물 속성에 제일 약하고, 그다음으로 얼음 속성에 약하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 몬스터를 물 속성으로 공격했을 때 불 패턴도 억제하고 데미지도 잘 들어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폭파 상태로 바뀌면 가장 약한 속성이 얼음으로 바뀝니다. 이런 건 헌터 노트에 표기되지 않아서 파악하기 쉽지 않고, 그래서 몬스터 공략을 게임 바깥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몬헌 라이즈] 몬스터의 자세한 정보는 https://mhrise.kiranico.com/data/monsters 사이트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선 일반 상태만 설명 / 사이트에선 몬스터 상태에 따른 상세 정보를 설명


  다음으로 다룰 건 패턴 파악입니다. 보통은 시간이나 체력 저하 등으로 몬스터의 공격이 달라지지만 [몬헌]의 몬스터는 일반과 분노 상태에 따라 패턴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보통은 공격 횟수나 시간 등에 차이가 나서 유저는 D 모션으로 가는 콤보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꿔야 합니다.(D모션은 저번 글에서 다뤘습니다.) 그리고 강한 몬스터에 따라 몇몇 특수 상태가 추가되곤 합니다. 앞서 언급한 라잔의 투기 경화 상태, 테오의 불과 폭파 상태가 그것입니다. 이번에 다룰 예시는 [몬헌 라이즈]에 추가된 영묘한 광채의 발파루크(이하 발파루크)입니다. 이 몬스터에게 일반, 분노 상태는 기본이며, 추가로 날개 강화 상태와 날개를 전방으로 뻗은 상태가 있습니다. 추가된 특수 상태에 돌입하면 패턴이 많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날개 찍기도 일반 상태일 땐 1번 공격, 분노 상태일 땐 2번, 날개 강화 상태일 땐 용속성 폭파 추가, 날개를 전방으로 뻗은 상태일 땐 넓게 펼쳐서 덮치듯 공격합니다. 심지어 추가된 특수 상태는 분노와도 중첩돼서 대응법이 달라집니다. 이 상황이 발파루크를 처치할 때까지 수시로 바뀝니다. 그래서 몬스터 패턴은 여러 번 도전하면서 계속 분석해야 합니다.


차례대로 일반일 때, 날개 강화일 때, 날개 전방일 때 공격


  [몬헌]의 몬스터 전투 패턴은 보통 앞서 언급한 방식들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가끔 특수한 의도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몬스터도 존재합니다. [몬헌 월드]는 환경 요소 활용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유저에게 학습시키기 위해 초반부 몬스터들은 각각 하나의 기믹을 가지거나 특정 장소를 지나가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볼보로스의 진흙을 벗겨낼 때 물가이끼를 사용하거나, 도스쟈그라스가 그물 나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배워온 환경 요소를 한번에 시험을 치듯 만들어진 몬스터가 바로 안쟈나프입니다. 티렉스처럼 생긴 이 몬스터와 싸우신 분들은 이상한 점을 느끼셨을 겁니다. 공격이 자주 들어가는 다리는 너무 튼튼하고, 약점인 머리는 너무 높이 있어서 노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애초에 실력으로 잡기 힘들게 설계된 겁니다. 그래서 이 몬스터는 유저가 지금껏 익힌 것들을 복습할 수 있도록 환경 요소가 있는 곳을 거의 다 돌아다닙니다. 볼보로스에게 썼던 물가이끼를 안쟈나프가 불을 머금고 있을 때 던지면 폭발하고, 혹은 안쟈나프가 스스로 그물 나무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 내용은 안쟈나프에게 고생을 꽤 많이 한 사람일수록 공감하기 쉬울 것입니다. 초보자의 통곡의 벽인 ‘숲의 깡패: 안쟈나프’ 퀘스트에서 안쟈나프는 컨트롤이 아닌 환경 요소로 잡아야 사냥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이게 유저가 그 몬스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안쟈나프는 리오레우스 둥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을 돌아다닌다


  튜토리얼로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건 지루하지만 직접 하면서 배우는 과정은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필자는 전투에서 모든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쟁은 생존의 기본이며 숨겨진 패턴을 파악하는 건 본능으로서 당연한 행동입니다. 굳이 제 글을 읽지 않더라도 [몬헌]의 규칙을 다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도 제가 2편에 걸쳐 이 게임의 전투를 다룬 건 [몬헌]이 아직도 신규 유저들에게 불편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을 깊게 즐기려면 커뮤니티와 공략에 많이 의존해야 합니다. 그래서 [몬헌]을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더욱 편하게 게임을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게임은 막상 했을 때 어떻게든 플레이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으니 부담감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동이나 수집 등에도 편의성이 좋아지고 있다


  게임은 조작을 통해 몰입도를 가장 강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그래서 전투가 게임의 꽃이기도 하지만, 간접 경험도 그에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시뮬레이션 장르에 특화된 재미이기도 하며 게임이란 매체에서 주제나 감정을 전달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다룰 작품은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이란 작품처럼 직업 체험이나 세세한 조작을 특징으로 하는 것보단 경영과 생존을 중시하는 게임입니다. 극단적인 추위가 당면했을 때 생존과 양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계속 압박하는 게임, 바로 [프로스트 펑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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