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아와도 오로라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파르스름한 하늘을 바탕으로 붓칠을 한 것처럼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디날리 산이 비치는 연못의 기슭에서 초콜릿바와 견과류를 까먹으며 밝아 오는 빛이 산에 다다르길 기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곰이 뭔가 먹을 게 있나, 수풀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지는 않을까 문득 겁이 났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 곳 디날리 국립공원에서는 사람이 곰에게 물려 죽은 일은 수십 년 역사 동안 단 한 번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죽은 걸까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곰이 먹을 것이 많아 사람한테는 관심이 없어서 사고가 적은 걸까. 주머니에 넣어뒀지만 추위에 얼어버린 초콜릿도 초콜릿 냄새가 날까. 초콜릿도 냄새가 있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무사히 비행기 약속이 있는 칸티슈나로 갈 수 있었다. 비행장에서 인도인 신혼부부 한 쌍과 나이 든 알래스카 노부부 한 쌍을 만나 함께 비행기에 탔다. 비행장을 이륙한 단엽기는 천천히 디날리 산괴에 다가갔다. 나는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책에서 읽은 디날리를 오르는 루트들을 보며 그곳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등산가들을 상상했다. 한 시간 가량 비행기는 디날리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고는 다시 비행장으로 돌아갔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는 텐트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누워서 잠에 들었다. 따뜻한 낮의 햇살에 잠시 일어나 문을 조금 열어두고는 밖을 보다가, 다시 누웠다. 저녁을 먹을 때가 되어서야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