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손절이 답일 때

by 괜찮은사람

여행의 마지막 날.

기차 시간을 2시간 정도 남겨두고 서진은 사뭇 신중해졌다. 바로 옆에 보이는 메x커피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냇가를 걷기가 옵션 1. 숙소 앞에 커피 맛이 제법 괜찮았던 대형 카페가 옵션 2. 오가다가 봐둔 산책로에 위치한 루프탑 카페가 옵션 3이었다. 후기도 완벽했고 사진도 취향저격이었다. 딱 하나 맘에 걸리는 건 부슬비가 내린다는 사실이었지만 비 오는 창가에서 여행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간을 이동해서 만난 카페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어닝이 모두 접혀있어 철제의자가 하릴없이 비를 추적추적 맞고 있었기에 실외라는 선택지가 소거되었다는 점이 조금 걸렸을 뿐. 그래도 아늑해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와글와글, 테이블 간격은 가까웠고 사람들의 대화소리는 공명처럼 웅웅 울렸지만. 바 자리에 자리를 잡고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마쳤다. 카페 점원인지 사장인지 모를 1명의 직원은 카운터에서 등을 완전히 돌리고 뭔가 과일청을 담그는데 열중이었다. 주문하는 사람도 서진 혼자 뿐이었지만 주문을 하고도 한참을 번호 호출도 무엇도 없어서 카운터로 가보니 얼음이 둥둥 녹아가는 커피가 덩그러니 서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가져가면 될까요?"

"네~"


여전히 과일청을 담그던 직원은 밝게 대답했지만 밍밍한 커피맛에 절로 옵션 2가 생각났다. 게다가 공간의 협소함에 10명가량의 단체손님이 그야말로 '들이닥처서' 본인들의 아지트인양 드륵드륵 테이블과 의자를 끌고 왁자지껄하는 순간 서진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툭-'하고 뭔가 끊어져버렸다.


'마지막 1시간을 얼음이 반쯤 녹은 밍밍한 커피와

누군가의 회의실 구석에 방치된 것 같은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


서진은 그렇게 조용히 카운터에 거의 새것인 커피를 그대로 반납하고 길을 나섰다.

고민은 잠깐, 선택은 순간이었지만 왠지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아졌다.



옳은 손절이었다.

커피는 여전히 맛있었고 큰 공간과 재즈 음악, 낮은 조명이 마음을 진정시켰다. 자꾸 '만약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전애인이나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였다면?

잘못된 선택에 따른 손해는 2배, 3배, 4배가 되었을 테고. 이동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기분이 상하거나 불쾌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넌 참 유난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거야.


서진은 그런 생각의 끝에서 혼자 '풉'하고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여서 다행이다. 아니, 혼자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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