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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비 Dec 28. 2022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는 이 한국화 전시를 보길 바란다

한국화도 을지로만큼 힙해요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과 막냇손자 진도준의 암살을 의뢰한 이필옥 여사는 그 대가로 현금 대신 고미술품인 한국화 ‘화조도’를 건넨다. 고미술품은 현금으로 바꾸어도 기록이 남지 않아 돈세탁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사는 눈썰미 좋은 진도준 군에게 딱 걸리고, 약점을 잡히게 된다. 요즘 같으면 암호화폐를 보냈을 텐데 괜히 고미술품을 보내서 꼬리가 밟혔구먼, 싶었다. 괜한 아쉬움이 남았다.


또 다른 아쉬움도 있다. 기왕 한국화를 소재로 쓰기로 했다면 최근 트렌드를 담는 게 어땠을까 싶었다. 꽃과 새를 그린 수묵담채 화조도, 너무나도 한국화의 전형 아닌가. 요즘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를 비토하는 글이 넘쳐나던데, 나도 한마디 보태겠다.


“요즘 한국화를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요. 힙하기가 을지로 못지않다고요. 전시 좀 보고 다니시죠.”


어떤 전시를 봐야 하냐면, 바로 다음 전시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이다. 이 전시에는 한국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자리에 있다. 동시대 한국화가의 작품이 특히 눈길을 잡아 끈다. 임금의 초상 대신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초상을 그려놓은 손동현의 왕의 초상(P.Y.T)부터 유럽의 유화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최해리의 그랜드 아무르 푸까지 그림만 봐서는 한국화라고 일컫기 어려운 작품들이 한가득이다.


전시를 보고 든 생각은 두 가지다. ‘한국화’는 과거의 몇몇 작품이 아닌 여전히 새롭게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과 한국화가는, 아니 예술가는 정해진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이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를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화는 을지로만큼, 아니 을지로보다 더 힙하다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은 내년 1월8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손동현의 ‘왕의 초상(P.Y.T)’. 마이클 잭슨의 상징성을 한국의 전통 왕좌와 연결지었다.
손동현, 한양, 2022,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탁본 먹, 인주, 각 194×80 ㎝(8폭 중 4폭)
손동현, 한양, 2022, 종이에 먹, 잉크, 아크릴릭 잉크, 탁본 먹, 인주, 각 194×80 ㎝(8폭 중 4폭)
최해리 작가의 장마에 나게이레
최해리 작가의 아카이벌 페인팅
최해리 작가의 그랜드 아무르 푸
로랑 그랑소의 ‘과거에 대한 고찰’. 윤두서의 ‘말 탄 사람’과 정선의 ‘금강내산총도’를 유화로 본떠 그린 뒤 빛나는 광원과 붙여 가상의 역사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박응규의 미라이 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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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 장승업의 군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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