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나이인데…서른은 “외롭고 불안하다”

by 갸비

30대는 속 빈 강정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게 바로 30대다.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인가 싶겠지만, 아래 숫자를 보면 내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먼저 상식부터 얘기한다. 겉보기에 30대는 건실하다. 일단 쪽수가 많다. 2022년 8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3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다. 0~9세, 10~19세, 20~29세 … 90~99세. 10개 세대를 100%로 잡고 산술 평균해 보자면 세대 별 인구 비중은 각 10%가 돼야 한다.


30대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9%다. 세대별 인구 비중이 10%가 되는 걸 평균으로 볼 때 30대의 비중은 평균보다 2.9% 포인트나 많다. 이건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세대 인구 비중이 많다는 건 정치적으로 큰 무기다. 1인 1표를 행사하는 정치 체제 하에서 쪽수는 곧 힘이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정치권은 현재 30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정치 세력 유지, 집권을 위해서는 쪽수가 많은 세대를 염두에 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쪽수로만 보면 30대는 힘이 세다, 기득권이다.


물론, 30대보다 더 힘센 세대도 있다. 4050이다. 50대가 864만 5832명으로 가장 많고 40대가 812만 2023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세 번째가 30대로 664만 555명이다. 그다음이 20대(651만 3110명), 10대(469만 8846명), 70대(381만 5045명), 0대(360만 6212명), 80대(192만 9992명), 90대(27만 4790명) 순이다. 4050이 노동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10~20년 후에는 30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힘센 30대는 대한민국 핵심지인 수도권에 몰려 산다. 30대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시도 기준으로 경기도다. 경기도에 사는 30대는 188만 2697명이다. 그다음으로 서울(142만 9322명), 인천(40만 3813명) 순이다. 수도권에는 질 좋은 일자리가 다수 있다. 30대는 이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이미 꿰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으로 부산(39만 9342명), 경상남도(36만 8070명), 대구(28만 1182명), 경상북도(27만 1746명), 충청남도(25만 4424명), 충청북도(18만 8204명), 대전광역시(18만 8112명), 광주광역시(17만 8362명), 전라북도(17만 7912명), 전라남도(17만 3890명), 강원도(16만 912명), 울산광역시(14만 1292명), 제주특별자치도(7만 9993명), 세종특별자치시(6만 1282명) 순으로 30대가 많다. 30대는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30대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경기도와 서울에 거주하는 30대의 숫자는 여타 지역을 압도한다. 이는 ‘이공계의 취업 남방한계선(판교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30대에게 취업이라는 미션은 연애와 결혼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보다 수월하게 연애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지방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그러기에는 수많은 취업 선배들이 지방에 갔다가 짝을 찾지 못하고 고독 속에 늙어가는 걸 30대는 이미 숱하게 보고 들어왔다. 제 아무리 좋은 일자리라도 후세를 남기겠다는 본능보다 앞서기란 어려운 법이다. 30대가 수도권에 바글바글 모여 사는 이유다.


각 시도 인구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수도권이 단연 많다. 전 세대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다. 각 시도의 인구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2.9%보다 많은 건 전국 평균보다 30대가 더 많이 산다는 뜻이다. 반대로 12.9%보다 낮다면 30대가 적게 산다는 얘기다.


30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으로 16.1%다. 수도권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권 시기 공무원 임용 규모를 대거 늘린 영향에 30대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예상대로다. 평균을 상회하는 5곳은 서울(15.1%), 경기도(13.9%), 인천(13.6%), 대전(13.0%)이다. 평균을 하회하는 곳은 울산(12.7%), 광주(12.4%), 충남(12.0%), 부산(12.0%), 대구(11.9%), 충북(11.8), 제주(11.8%), 경남(11.2%), 강원(10.5%), 경북(10.4%), 전북(10.0%), 전남(9.5%) 순이다.


세대 기준 세 번째로 쪽수가 많아 힘이 세고, 수도권에 몰려 사는 30대는 행복할까. 아니라고 한다. 몸은 근육질인데 실상은 골다공증이 걸려 유리 몸인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2년 6월24일 배포한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30대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30대 우울증 환자 수는 8만 3819명에서 2021년 14만 270명으로 불과 5년 사이 67.3%(5만 6451명) 폭증했다. 연평균으로는 13.7%씩 늘어났다.


30대의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전체 평균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를 기준으로 우울증 환자는 69만 1164명에서 93만 3481명으로 35.1% 늘어났다. 30대 우울증 환자 증가율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전 연령대 기준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7.8%다. 30대 대비 5.9% 포인트 낮다.


우울의 친구는 불안이다. 30대 불안장애 환자도 급증했다. 30대 불안장애 환자는 2017년 8만 302명에서 2021년 11만 6023명으로 44.5%나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은 9.6%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연령대 기준 불안장애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7.3%로 30대 대비 2.3% 포인트 낮았다. 17년 대비 21년 증가율도 전 연령대는 32.3%로 30대 대비 12.2% 포인트가 낮았다.


이제는 납득이 되리라 믿는다. 쪽수가 많아 정치권에 입김이 세고, 유리한 정책의 수혜를 받고, 인프라가 훌륭한 수도권에 살아도 30대는 불행하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자면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사는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운명 소식을 들을 때가 떠오른다. 그는 필시 모두가 동경하고 경외하는 상위 1%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내면은 외로움과 고독에 텅 비어버려 좀비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를 읊조리는 삶 말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풍요 속의 빈곤’이라 칭했다. 풍요 속의 빈곤을 살아내야 하는 30대는, 이래서 속 빈 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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