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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주머니가 가난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난할 필요는 없다.

터키에서 맞는 아침

터키로 넘어오며 네팔이나 인도에 비해 물가가 비싸지는 것을 체감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국인들이 갑자기 어려워지고 섣불리 돈을 쓰지 못하니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멧 공원 벤치에 앉으면 오른쪽엔 블루모스크, 왼쪽엔 아야 소피아가 보인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최고봉들이 맞대고 서있는 긴장감 속의 중심에 끼어든 것만 같은 황홀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아침부터 그곳에 가서 죽치고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케밥이 맛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호스텔에서 일어나 짐을 싸고 있는데 여기 조식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문구를 봤다. 할렐루야. 가난한 여행객에게 이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사실 처음 혼자 여행할 때는 호텔 조식을 먹는 게 쑥스러웠다. 그냥 아침 먹으러 나오는 건데 외국인들이 "굳, 굳 모닝" 거리면서 괜히 인사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문화에 나 혼자 괜히 어벙벙하게 있는 그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조식을 먹을 수 있어도 먹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냥 방에만 처박혀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만 손해였다. 그리고 누구나 처음은 익숙지 않은 것이다. 한번 두 번 모르는 외국인들과 식사를 같이 하다 보니 여행 정보도 서로 얻을 수 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 테라스에 올라가 여유롭게 조식을 먹고 있자니 여유로운 게 참 좋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다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배들의 부지런함, 자유로히 날아다니며 아침을 노래하는 갈매기, 몰래 들어왔다가 내게 걸려 흠칫하고 놀란 고양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옆에 있어도 눈을 감으면 볼 수 없지만 한 발자국 용기를 내보면 펼쳐지는 것이 행복이다. 이곳 호스텔 조식에 나오는 커피는 쓰고 맛없지만 감자튀김이 맛있다.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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