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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너와 내가 친구가 되는데 나라는 중요하지 않다.

친구라는건

펼쳐진 논밭, 오와 열을 맞춘 나무들, 봉긋 솟은  둥근언덕. 한국의 교동도와도 닮았으며 이스라엘의 곡창지대와도 닮은 이곳은 샨르우르파이다.

이스탄불에서 샨르우르파까지는 버스로 17시간이 걸린다. 5만 원 정도 더 주면 비행기로 두 시간 만에 올 수 있기에 나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여행자의 시간은 금과 같기에. 공항 카페에서 차이 한잔을 마셨는데 5리라(2100원)를 달란다. 내가 먹어본 터키 차 중에 가장 비싼 차이다. 아무튼 와이파이가 되기에 카페에서 숙소를 찾아보고 이동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30km 버스를 타면 10리라(4200원)의 가격으로 싸게 올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해가 지기 시작한다. 원래 오늘은 동굴에서 자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샨르우르파와 아직 친하질 않아서 그냥 오늘은 호텔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인도에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 것 이상으로 모두 쳐다본다. 아무래도 동양인 혼자 배낭 메고 온 것은 낯선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점점 건물이 보인다. 샨르우르파를 떠올렸을 때 나는 카파도키아와 같은 곳, 시골과 같은 장소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샨르우르파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크고 번화한 도시라서 놀랐다. 숙소에 자리를 잡았는데 방바닥에 카펫이 깔려있고 매트리스가 깔려있는 도미토리다. 이런 건 또 처음이다. 역시 세상은 넓다. 방에는 파리에서 온 루이가 있었다. 루이는 영상을 만드는 친구인데 이라크에 3개월 정도 영상 촬영을 하며 여행을 다녔다고 했다. 그는 종교적으로 역사가 있는 것에 관심이 많이 이곳 우르파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여행자를 한 명도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여기서 프랑스 사람을 만났다. 발음이 프랑스스러워서 알아듣는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반갑다.

현금이 바닥나서 돈도 뽑고 저녁식사도 먹으러 나왔다.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모두 앉아서 차이 한잔씩 하고 가라고 권한다. 터키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도란도란 앉아서 터키 차를 마신다. 차이를  한 손에 놓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그 날을 마무리한다. 때론 여럿이서 모여 얘기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서 사색하기도 한다. 차이와 더불어 시샤(물담배) 또한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퇴근하거나 혹은 평소에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문화와 흡사해 보인다.

여기저기 보이는 향신료 가게도 보인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고춧가루를 파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계속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 나는 "꼬레"라고 대답했고 그는 내 안경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뭐  안경쯤이야.


안경을 건네주고 서로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일반 터키 사람하고 조금 생김새가 달라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시리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전쟁 때문에 시리아에서 터키 남쪽인 샨르우르파로 피난을 왔다고 했다. 나는 시리아에 있는 팔미라, 알레포, 다마스커스에 있는 유적들을 너무 보고 싶은데 시리아와 한국이 적대국이어서 못 간다고 말을 했다. 순간 적막이 잠시 흘렀다. 그리고 그는 오른쪽 팔을 보여주었다. 오른쪽 팔에는 어깨에서부터 약 30cm가량의 파편 자국이 보였다.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그는 내게 말했다.


"너와 내가 친구가 되는데 나라는 중요하지 않다."


도대체 전쟁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이토록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전쟁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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