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준 May 03. 2016

아일랜드로 가는 길

파리를 떠났다.

오르세 미술관을 갔다가 파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파리 센 강 유람선인 바토무슈를 탔다. 감자칩 한 봉지와 캔음료를 먹으면서 파리를 구경했다. 애초에 로맨스 이런 거 기대하고 탄게 아니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하는 가이드를 무시하고 그냥 엠피쓰리로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몇 곡 듣다가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는데 잠이 들었다. 쿨쿨 자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한 30분 정도 할 줄 알고 탔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났다.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숙소 사물함에 맡겨둔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숙소와 공항이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역시 프랑스다. 느리다. 굉장히 느리다. 한 사람을 잡고 20분째 실랑이를 하고 있다. 뒤에 줄 서 있던 아줌마가 답답했는지 앞에 가서 물어보고 왔다. 내가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보안 문제야!"라고 대답했다. 에휴.

보안 문제로 정체됐던 줄이 한 사람씩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근데 참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체크인 데스크에 앉아있던 직원이 자기는 퇴근해야 한다며 옆에 직원에게 체크인을 하라고 말하고 퇴근을 해버렸다. 그걸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계속 퇴근할 생각에 싱글벙글한 모습을 보니까 약이 올랐다. 결국 10명 체크인하는데 50분이 걸렸다. 비행기는 당연히 연착됐다.

파리에서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보는 파리의 야경이 너무 보고 싶어서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일부러 창가 자리로 바꿔 앉았다. 비행기가 뜨자 에펠탑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렇게 커 보였던 에펠탑이 귀엽다. 파리의 야경은 아름답다.

근데 비행기가 방향을 틀더니 해가 지는 방향으로 간다. 그러자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의 노을처럼 푸른색과 주황색이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파리의 야경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은 말문이 막히게 한다.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서 연신 찍어보지만 역시나 담기지 않는다. 담을 수가 없다. 저 멀리 미지의 주황빛 바다가 보인다. 새까맣게 뒤덮은 대륙의 끝자락이 마치 굉장히 높은 장벽 뒤에 불타는 바다가 이글이글 파도를 내뱉는 것과 같다. 풍경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굉장히 피곤했는데도 잠이 다 깼다.

그런데 좀 많이 피곤했나 보다. 비행기가 도착했는데 난 자고 있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내가 맥주를 마신다면 하루 일찍 도착해서 기네스 생맥주를 마셔보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로 그냥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 공항은 깔끔하고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주찬이와 유섭이가 출발해서 지금은 뉴욕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일 보스턴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된다. 보스턴으로 갈 때 중간에 아이슬란드를 경유해서 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를 직접 여행해보고 싶지만 너무 비싸고 시간도 없기에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아이슬란드 풍경을 기대하고 있다. 기대되는 것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를 걷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