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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4. 2016

보스턴에 도착했다.

드디어 만난 친구들

아이슬란드에서 보스턴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탔다. 밤새 불편하게 잔 것에 대한 보상일까. 비행기를 탔는데 비상구가 있는 좌석에 앉았다. 이코노미 가격으로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비즈니스석처럼 넓게 앉아서 갈 수 있다. 나는 이코노미에 앉았지만 마음만큼은 비즈니석에 앉은 것 같다. 감사하다.

옆좌석에 앉은 수염이 긴 미국 아저씨가 승무원에게 작업을 건다. 자신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할 테니 오늘 자신이 묵는 호텔에서 같이 있자고 한다. 적극적이고 솔직하다. 승무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국에서는 뭔가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마음이 맞는 것을 확인한 후에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순서인데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라는 게 신기하다.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이륙할 때 잠을 자버려서 아이슬란드의 풍경 같은 거는 보지도 못했다. 아이슬란드를 왔는데 아이슬란드에 관한 건 공항밖에 못 봤다. 속상하다. 점심식사를 20유로 정도에 판다. 나는 아까 아일랜드 마트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음료수+초콜릿바를 먹어서 5유로 안에 모든 것을 해결했다. 15유로를 아꼈다. 히힝 기분이 좋다.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 밥을 20유로 주고 사 먹느니 내가 먹고 싶은 샌드위치를 먹는 게 훨씬 좋다. 돈을 아낀 것도 기분 좋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서 뭔가 이뤄낸 것 같은 기분이 더 좋다.

비행기내에서 애기가 돌아다닌다. 기어 다닌다. 귀엽다. 나는 술을 안 먹지만 친구들은 먹는다. 아이슬란드에서 사 온 술은 조금 독특할 것 같아서 친구들을 위해 아이슬란드에서만 나오는 보드카와 진을 샀다. 내 돈으로 술을 사본 건 처음이다. 기분이 묘하다. 신기한 경험이다.


보스턴 공항에 도착해서 이스타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데 사진 촬영을 했다. 비주얼이 너무 웃겨서 그만 내 사진을 보고 내가 웃어버렸다. 사진을 간직하고 싶었는데 직원이 가져가 버렸다. 아쉽다. 숙소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는데 티켓팅을 도와주는 푸짐하게 생긴 여자가 나보고 귀엽다고 했다. 지하철 방향을 물어보기 위해 지하철 공사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발음이 되게 좋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 발음이 다 좋다. 맞다. 나는 지금 미국에 왔다. 지하철에서 흑인 누나와 백인 할아버지가 말싸움을 한다. 할아버지가 흑인 누나를 건드렸나 보다. 누군가 동영상을 촬영한다. 여기저기서 이 상황을 보고 웃는다. 알고 보니 여자가 우리로 치면 지하철 막말녀 같은 경운가보다.

신호등을 건너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동양인 두 명이 보였다. 주찬이와 유섭이었다. 야탑역에서 만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만났다. 버거킹에 가서 더블 와퍼를 먹었는데 반 정도 먹으니 배가 벌써 부르다. 미국 사람들의 신체 사이즈가 이해가 됐다.

버거킹에서 나와 바닷가를 거닐었다. 포항 밤바다를 걷는 기분이었다. 당구장에 가서 포켓볼도 치고 철권도 했다. 서현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을 보고 숙소에 돌아오니 매우 피곤하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주찬이와 유섭이가 내 옆에 있다. 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트에 갔더니 해물 왕컵을 판다. 숙소에 돌아오니 주찬이가 가져온 스피커에서 한국 노래가 나온다. 기분이 이상하다. 

여기는 보스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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