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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9. 2016

내 인생을 사랑하자.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가 내가 다녀온 나라 얘기를 하면 며칠 안 갔다 왔으면서 괜히 우쭐되는 모습이 안 좋게 보일 때가 많았다. 난 참 교만하다.

여행은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과 같다. 여행을 하다 보면 세상이 참 넓다는 생각과 동시에 세상이 참 깊다는 걸 느끼게 된다. 넓은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읽었다고 우쭐대는 것만큼 교만한 것도 없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겸손해진다. 알면 알수록 내가 모른다는 걸 느낀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겸손해진다. 아직까지 나는 빈 깡통이라 요란하긴 하지만 언젠가 나도 겸손해지고 싶다.  

내가 관심 있는 책 몇 권을 보고 남의 인생을, 아직 펼쳐지지도 않은 남의 책을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다.

여행을 하다 보면 동네마다 삶 속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다 다르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느끼는 것 또한 모두 다 다르다. 
누군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학식에 놀라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건축역사와 캠퍼스의 전경에 놀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하버드 학생의 친절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잔디밭에 누워 느꼈던 평안함과 위로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다른 것을 느낀다.

그렇기에 여행에 있어서 여러 명이서 여행할 때 혹은 혼자서 많은 곳을 여행할 때 큰 틀을 짜는 것은 좋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짜서 정해진 테마로 강요하는 것은 그 소소한 행복과 각자에게 주어진 재미를 놓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여행에 정해진 테마는 없다. 나 자신이 여행의 주인공이자 테마이다.

몇 날 며칠의 여행도 이런데 우리의 인생은 어떨까. 각자에게 보이는 것이 다르고 주어진 상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각자의 사명을 주셨다. '사람'의 삶이 아니라 '나', '이서준'라는 인생을 세상을 만들기 전부터 계획하시고 창조하셨다. 내 인생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자. 나는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이 만든 인생이다. 이보다 멋진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내게 주신 인생을 사랑하자.

인도에서 기차 예매를 하지 않아 18시간 동안 바퀴벌레와 배드 버그가 나오는 화장실 앞에서 꾸벅꾸벅 많은 짐을 도둑맞을까 봐 조마조마한 가슴을 달래며 꾸벅꾸벅 졸았을 때는 조금 불평스러웠다.

이스라엘 광야에서 하루 종일 땡볕에서 무거운 짐, 배낭을 메고 헤맬 때는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했지라는 후회감도 들었고, 안식일이 겹쳐서 3일을 이스라엘에서 굶어야 할 때도 배가 너무 고파서 불평과 불만이 가득했다.

중국에서는 말도 안 통하는데 교통질서는 엉망이고 위생상태는 또 왜 이렇게 더러운지. 내가 찾으려고 하는 유적지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할 때는 내가 여기 왜 왔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추억이고 아름다운 기억이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지금 내 삶이 고통스럽고 배고플지라도 내 인생을 사랑하자. 인생은 언제나 맑은 뒤에 흐리고 흐린 뒤에 맑은 것이 아닌가? 지금 여행은 '맑음'이지만 언젠가 흐려질 때 이 글을 보면서 다시 힘을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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