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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9. 2016

불이야! 워싱턴에서의 아침

아침에 일어나자 사방에 연기가 가득했다. 


삐용삐용삐용삐용!!!!!

워싱턴에서의 아침은 화염경보기를 들으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보니 연기가 자욱하고 비상 경보음이 요란했다. 집에 불이 났구나! 나는 짐을 챙겨서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친구들을 깨워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친구들을 보니 이미 깨어있었다. 이제 도망만 가면 되겠구나 싶어서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같이 숙박하는 외국인들이 나와있었고 한 외국인 여자가 경보음을 보면서 별일 아니라며 저 경보음을 누르면 꺼진다고 하면서 내게 버튼을 누를 것을 요구했다. 약간 높은 천장이어서 나는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버튼을 눌러도 소리가 없어지질 않았다. 내 뒤에 있던 키가 큰 남자 외국인이 내 모습을 보더니 나와보라고 했다. 매우 멋진 척을 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버튼을 누르는데 경보음이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외국인은 당황한 듯 경보기를 손으로 돌려 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보기는 꺼지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번에 경보기를 돌려 보기 시작했다. 근데 경보기가 부서졌다. 엄청 멋있는 척하더니 경보기를 부숴버렸다. 외국인의 표정이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이었다.  

나는 연기의 근원지를 따라서 1층으로 내려갔다. 어젯밤 우리를 맞이했던 숙소 주인이 우리를 보고 태연하게 말했다. "no problem." 나는 주인에게 물어봤다. "야 내가 보기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무슨 문제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시 주인은 "no problem"이라고 대답했다. 연기를 따라서 가보니 주방이 나타났다. 거기엔 외국인 여자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야 어디서 불난 거야?" 그녀가 대답했다. "아 별거 아니야 아침에 누가 토스트기 구워놓고 그냥 잠들었나 봐." 탄 냄새가 심하게 났다. 주인은 베란다 문을 열고 황급히 냄새를 제거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마 숙소 평판이 안 좋게 기록될까 봐 그랬나 보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별거 아니라고 말을 했다. 유섭이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워싱턴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글을 쓰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여행 내내 그러질 못한다. 같이 있어서 그런가 오늘은 오바마 집만 가보고 어디 잔디밭에 나눠서 글이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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