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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9. 2016

제국의 수도 워싱턴

그들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듯했다.

오늘은 왠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래도 숙소를 비워줘야 해서 짐을 맡겨놓고 숙소를 나왔다.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11분. 택시를 타고 가자는 친구의 말에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걷고 있는데 저기 공사장에서 일하는 복장의 한국인 둘이 보였다.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맛있는 집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중 한 젊은 사람이 "아 저~쪽으로 가다 보면 다 음식 있는 곳이에요. 거기 가서 먹으면 돼요." 말투가 딱 한국인이다. 보통 맛집을 물어보면 몇 개를 정해주고 길을 알려주는데 말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걸어가는데 눈앞에 맥도널드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와서 맥도널드를 아직 먹어보질 못했다. 우리는 맥도널드로 들어갔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맥도널드를 먹어보았다. 그 나라에 있는 물가에 따라 맥도널드의 가격이 정해지고 나라마다 맛도 다른 것이 신기했다. 미국 맥도널드는 근데 특히나 기대가 됐다. 뭔가 맥도널드의 고향의 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시킨 햄버거는 당연히 빅맥 가장 대표되는 햄버거였다. 빅맥을 주문한 빅맥이 나오고 빅맥을 보는 순간 조금 실망했다. 한국에서의 빅맥과 별 다를 바 없는데 한국에서보다 가격이 비쌌다.

맥도널드를 먹고 우리는 스미소니언 우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찼다. 비행기와 우주선들을 보니 참 신기했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상상력과 수많은 과학기술들이 이뤄낸 눈부신 결과였다. 나도 언젠가 비행기를 만들어서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나와서 국회의사당과 오벨리스크 사이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누워서 낮잠을 잤다. 햇빛이 이동하면서 나무 그늘이 더이 상 나를 햇빛에서 감춰주지 못하게 되었다. 검은색 양말은 햇빛을 흡수하였고 나도 모르는 사이 발가락이 매우 뜨거워졌다.

발가락이 뜨거워서 잠에서 깰랑말랑 램수면 상태가 됐는데 갑자기 중국 오케스트라와 같은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해서 잠에서 깼다. 노래를 듣고 유섭이를 보니 유섭이도 깨있었다. 우리 나는 적당한 카페에 가서 쉬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유섭이가 여기까지 왔는데 내셔널 갤러리를 가보자고 해서 따라갔다. 굉장히 좋았다. 갤러리 안에는 저스트 고 가이드북에 소개되지 않은 '모네 마네 드가' 등의 그림이 있었다. 전시도 잘되어있고 소파도 푹신했다. 전시를 보고 나왔다. 만화 캐릭터에서 나온 것 같은 여자 동양 여자를 봐서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갤러리를 나와 자전거를 타러 갔다. 바르셀로나에서 자전거를 비려 바르셀로나의 해변인 바르셀로네타를 갔던 기억이 났다. 자전거가 있으면 확실히 걷는 것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녔다. 길을 가다가 중학교 친구인 정 예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났다. 아니 그 친구는 지금 한국에 있을 텐데 워싱턴에 왜 있는 거지? 원래 뉴욕에 사는 친군데 뉴욕에서 보기로 했다가 한국에 가서 못 보기로 했던 친군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스쳐 지나가서 분명하진 않았지만 크고 선명한 눈과 하얀 피부가 그 친구와 매우 닮았다. 그 친구는 2명의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 워싱턴의 자전거는 이용자들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 각 자전거 역을 30분마다 들려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앞에 있는 자전거역에 먼저 정차를 시키고 시간을 갱신해야 했다. 자전거 갱신을 마치고 나는 다시 그 친구를 찾으러 갔지만 그 친구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저녁식사라도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인터넷이 되는 상황도 아니라서 딱히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근처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갔다. 파니니와 레모네이드를 시켜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가게를 나왔는데 그 친구가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인이었다. 와 어떻게 저렇게 한국인처럼 생겼을까. 안타깝지만 그 친구가 아니었다. 뭐 그 친구는 한국에 잘 있겠지.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쪽으로 갔다. 오벨리스크는 멀리서 보았을 때는 작아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점점 다가갈 때 나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와 이집트에 있는 오벨리스크, 그리고 이스탄불에 있는 오벨리스크의 크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오벨리스크였다. 아니 이건 뭐 그냥 빌딩 수준이다. 굉장히 거대했다

워싱턴의 오벨리스크는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 커서 사진을 전부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었던 시절에 로마 제국이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운반하려고 시도했으나 너무 무거워서 직접 만들려고 했으나 어설프게 만들어서 되게 허접한 오벨리스크의 흔적이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옆에 남아있다.

미국은 그것을 보란 듯이 자기들이 할 수 있다고 이 오벨리스크를 만들어놓은 것 같다. 로마가 하지 못한 것을 자신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로마인들이 쌓으려고 하는 그 벽돌의 형태와 매우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그 모습이 로마의 것과 닮아있있었다.

오벨리스크를 보고 우리는 오바마가 사는 백악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친구 자전거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는 자전거 두대로 갔다. 뒷좌석이 없는 자전거에 두 명이 타고 가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한 명은 일어서서 페달질을 했고 한 명은 좌석에 앉아서 균형을 맞췄다. 친구 두 명이서 그렇게 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말했다. "우와 우와!" 힘들어서 나오는 탄성이었다. 그때 어떤 흑인 커플이 그 모습을 보면서 얘기했다. "동양에서는 오 마이 갓을 우와라고 표현하다고 들었는데 진짜네ㅋㅋㅋ"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다음 자전거역까지 가던 도중 신호대기를 하게 됐다. 나는 한 친구와 바통터치를 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오르막길이 등장했다. 허벅지가 뜨거워졌다. 우리는 다음 자전거 역까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도착했다. 우리는 자전거를 바꿔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백악관에 도착해서 내부를 들어가려고 하자 오늘은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흔히 티브이에 많이 나오는 쇠창살이 있는 정면의 모습을 구경했다. 백악관을 여행하는 사람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듯이 오바마를 만나는 기대를 하고 갔지만 오바마의 O자도 보지 못했다. 오바마를 만나려고 약 1분 정도 기다려보았지만 오바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바마는 바쁜 사람인가 보다.

백악관을 보고 바로 링컨 기념관을 보러 갈지 아니면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챙기고 빨리 터미널로 가서 기차를 탈지를 고민했다. 우린 그냥 고민할 시간에 빨리 링컨 기념관 보고 숙소로 가자고 했다. 허벅지가 터져라 열심히 달렸다.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오벨리스크와 1자 형태로 링컨 기념관이 있었다. 링컨 기념관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닮았다. 그리고 그 앞에 직사각형으로 펼쳐진 연못은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닮았었다.

전 세계의 역사상 존재했던 최강의 제국들의 모습이 워싱턴 안에 다 있었다.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그들이 지금 세계 최고라는 것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제국은 남들을 침략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들이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략했고, 자본으로 지금도 여러 국가를 침략했던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앞으로도 그들의 침략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의 야욕이 엿보이는 곳이었다.

링컨 기념관을 보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는 짐만 챙겨서 나왔다. 빠른 시간 내에 기차 터미널로 가기 위해 우버 택시를 탔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프리미엄이 선택됐고 GMC라고 콧구멍에 적혀있는 고급 대형차가 도착했다. 편하게 차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덕분에 편하게 차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우리가 뉴욕에서 왔던 버스 터미널과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줄을 서고 기차를 탔다. 기차의 종착지는 뉴욕이었다. 이대로 그냥 뉴욕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여행지가 있기에 우리는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가 있는 공항으로 갔다. 워싱턴 공항은 역시나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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