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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7. 2016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뉴욕에서 만난 문웅 이형

현대미술관 모마를 갔다가 나왔다. 여유 있게 스타벅스도 갔다가 어머니께서 소개하여주신 뉴욕에 사는 분을 만나러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길을 물어보았는데 초등학교 때 짝꿍을 했던 친구와 매우 비슷한 사람이었다. 말을 걸까 싶었지만 일단 정신 차리고 목적지까지 가자는 생각에 지하철에 앉아 지도를 펼쳤다. 8st NYU역에 도착한 나는 지도상으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찾아 출발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그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돌아 돌아 돌아 1시간 정도를 걷다 보니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나는 정말 엄청난 길치다.

주소상으로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해서 일단 샵 안으로 들어갔다. 샵 안에는 동양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물어보았다. "저 이 주소를 찾고 있는데요......" 영어로 물어본 내 질문에 그녀는 한국어로 대답했다. "어 네가 서준이니? 반갑다야" 여기가 맞았다. 샵은 굉장히 깔끔하고 디자인 디자인했다. 세련된 공간에 있자니 뭔가 쑥스럽기도 했다. 손님이 있길래 조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거울을 봤는데 미술관에 하루 종일 있어서인지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좀 더 깔끔하게 입고 올걸.  

손님이 나가고 내게 말을 걸었던 여자 옆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서준아 반갑다. 어머니께 얘기는 많이 들었어. 나랑 우리 혜자 부를 때 그냥 편하게 형 하고 누나라고 불러. 밥은 먹었어? 밥 먹으러 가자."
나는 그렇게 문웅 이형과 혜자 누나와 함께 가게 문을 닫고 나와 걸었다. 가게 안에 있는 강아지 이름은 덤비인데 덤비는 가게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가게를 나와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리고 신호등을 기다릴 때쯤 문웅 이형이 내게 말했다. "너 일식 좋아해?"

나는 초밥이 굉장히 좋다. 초등학교 때는 초밥이 좋아서 용돈을 100원 200원 모아서 하나로마트에 가서 초밥을 사 먹었고 중학교 때는 외식을 하러 갈 때면 항상 초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초밥집에 가서 초밥 100개를 먹는 기록을 세웠고 대학교 때는 일본에 가서 박효신의 눈의 꽃을 들으면서 참치 뱃살 초밥을 먹었다. 한마디로 나는 초밥을 사랑한다. 근데 여행 중에 초밥을 먹질 못했다. 한국 가면 초밥부터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을 들어가니 범상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평소에 들어갔던 음식점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에 영화 킬빌에 나온 것 같은 장소였다. 메뉴판을 줬는데 잘 모르겠어서 그냥 셰프 추천 10개 초밥을 시킨다고 했다.

그랬더니 누나가 셰프 초밥 시키면 좋은걸 줄 수도 있지만 잘 안 나가는 초밥을 줄 수도 있으니 누나가 시키는걸 먹자고 했다.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가고 자그마한 게 튀김과 새우와 아보카도가 나왔다. 상큼하고 맛있었다.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난생처음 보는 초밥들이 나왔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초밥은 보리새우 하나였다.

맛있는 초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여행 얘기, 니체 얘기, 플라톤 얘기, 꿈 얘기 등등 수많은 대화들이 오갔다.

문웅 이형은 한국에서 떠난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도전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손가락질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마이웨이를 갈 수 있는 뉴욕으로 왔다고 했다.

형은 내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용기가 났다. 한국에 들어가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구체화시키고 실행해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가 예상된다. 그중 진솔된 충고도 있지만 분명히 조롱 섞인 비웃음과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 혼자 다 산 것처럼 똑똑한 척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말을 사실 신경 쓰진 않겠지만 신경이 아주 안 쓰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 내가 하면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뿐이다. 가장 기쁜 사실은 내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관철시키려고 하는 사람이 내게 젊은 날의 시간을 잃는 것을 아니냐고 묻는다면 목적 없이 남들이 가는 길을 가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실패한다 해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실패는 나중에 관 뚜껑에 못 박는 소리 들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용기를 얻었다.

숙소에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유섭이를 만났다. 주찬이는 여자친구랑 전화한다고 조금 늦게 들어오고 나랑 유섭이는 먼저 들어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숙소 주인인 수양 누나와 수함 이가 내게 김치 버섯 볶음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피곤에 지쳤었는데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

유섭이와 주찬이가 사 온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얘기를 하다가 '나는 남동생이 없어요'라는 뜻의 '워메이요 띠디'라는 중국어가 나오게 됐는데 '띠디'라는 단어가 남동생 말고 다른 뜻이 있다고 했다. 추측컨데 남성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정확한 뜻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제는 씻고 잘까 생각하다가 그냥 잠들었는데 오늘은 아예 그냥 안 씻고 자야지 하고 잠들었다. 남자 셋이 있으니 편하고 좋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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