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준 May 08. 2016

뉴욕에 사는 사람들

축축한 아침. 밤새 비가 내렸다. 어제 아침은 김치 버섯 볶음밥을 해 먹었고 오늘은 짜파구리를 먹었다. 같이 지내는 수함 이와 수양 누나가 어제 내 김치 버섯 볶음밥을 먹더니 너무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늘 저녁은 수양 누나가 중국요리를 해주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문웅 이형과의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어제저녁에 형이 점심도 같이 먹자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주찬이와 유섭이도 데리고 갔다. 비둘기와 청설모가 모여서 잔디밭에서 브런치를 먹는다. 비가 온 뒤에 나는 도시의 풀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좋다. 어제 형이 젊을 때 뉴욕에 2년 정도 살아볼 만하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뉴욕에 2년 살아보면 느낄 수 있는 뉴욕만의 것이 무엇일까. 뭐 살아봐야 알겠지. 

지하철을 타고 형이 운영하는 가게에 도착했다. 어제는 길을 헤매어서 1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금방 도착했다. 가게에 도착하자 혜자 누나와 문웅 이형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혜자 누나는 가게를 맡고 문웅 이형은 우리와 식사를 하러 나왔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에 하나인 호텔 식당을 갔다. 중후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피자와 파스타, 파니니를 시켜먹었다. 피자가 굉장히 맛있고 파스타의 식감이 이태리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좋았다.

형과 얘기하던 도중 백남준 선생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이런 사람을 알았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한 사실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문웅 이형은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백남준 선생님이었다.

백남준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7년 전부터 뉴욕에서 서로 알고 지냈는데, 백남준 선생님은 한국에서 굉장히 저평가되고 있는 인물이다. 영국 에든버러에서 미술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을 두 명 꼽아서 특별전시를 했는데 한 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였고 나머지 한 명이 백남준 선생님이었다. 백남준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는 루브르 박물관장, 영국(대영) 박물관장, 요코 오노 등 내로라하는 현대미술의 대가들과 미술에 관련된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문웅 이형도 이때 갔었는데 백남준 선생님은 살아생전에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싫어해서 사람들이 헌화를 하는 대신에 매고 온 넥타이를 잘라서 올라놓았다고 했다. 내가 들은 장례식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례식이었다.

문웅 이형과 점식식사를 마치고 혜자 누나가 있는 스토어에 들어갔다. 문웅 이형과 혜자 누나는 굉장히 유명한 디자이너라고 했다. 사실 패션 테 리스트인 나로서는 디자이너라고 하면 무조건 대단해 보였다. 혜자 누나와 문웅 이형은 뉴욕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전 세계의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일자리도 많고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곳 뉴욕. 영어실력을 키워서 다시 온다면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혜자 누나와 문웅 이형과 작별인사를 하고 브루클린으로 왔다. 뉴욕의 홍대 같은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같이 온 친구는 오늘 예쁜 여자와 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옷 가게 한 곳을 들렸다가 길을 걷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로 들어왔다. 아메리카에 왔으니 아메리카노를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가격은 한국보다 싸고 맛이 그냥저냥 한국하고 비슷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분위기 맛이고 기분탓인 것 같다. 미국 스타벅스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커피 마시면서 불평불만하는 사람들은 그냥 미국에서 스타벅스 먹은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 같다. 동훈이네 카페에서 먹는 커피가 10배는 더 맛있다.

작가의 이전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