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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9. 2016

꿈을 걷는 느낌이었다.

브루클린 브리지

스타벅스를 나왔다. 먼저 나온 주찬이가 옷을 구경하길래 나도 덩달아 구경했다. 하늘이 점점 노을 지더니 구름이 붉게 젖었다. 바닐라 스카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운동을 한다. 조깅도 하고 스쿼시도 하고 축구도 하고 농구도 했더 단체로 모여서 군무도 했다. 뉴욕에 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럴 때다. 여유 있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다.

해가 저물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거리가 예뻐서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금방 해가 졌다.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역시 미국이라 양이 엄청 많았다. 점점 살이 찌는 게 느껴졌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와서 우버택시를 탔다. 우버를 처음 타봤는데 신기했다. 스마트폰 어플로 근처 우버 택시를 검색한 후에 목적지를 정하면 알아서 가는 시스템이다. 근처에 있는 차 중에 우버택시를 신청한 일반차량을 타는 것이다. 기사는 비록 무뚝뚝했지만 우버라는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아이디어의 힘은 대단하다.  

우버에서 내려서 브루클린 다리를 보러 갔다. 빌딩 숲이 펼쳐졌다. 도시의 불빛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빌딩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열정이 모여서 빛나는 빌딩이 만들어졌고 그 열정의 빛은 실로 아름다웠다. 다리를 걷는데 기분이 업되서 그런지 꿈을 걷는 느낌이었다. 

한강에 있는 다리는 양쪽 끝에 도보가 있는데 브루클린 다리는 가운데 도보와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었다. 자전거도로인 줄 모르고 도보에 왜 자전거가 돌아다녀서 우릴 불편하게 하냐고 투덜거렸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도로였다. 다리 끝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아챘다. 미안했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우리는 코리아타운을 갔다. 코리아타운에는 미국물 먹은 특유의 한국인들이 보였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최민식에게 군만두를 주는 사람들을 닮은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택시 필요해?" 아니 무슨 택시가 마약도 아니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모습이 재밌었다. 아니면 택시가 무슨 비밀스러운 코드인가?

우리는 불닭볶음면을 사러 한인마트에 들어갔다. 한인마트에 들어가니 없는 게 없었다. 한인타운 자체가 별의 별것이 다 있었다. 뉴욕은 재밌는 도시다. 브루클린이 있는 퀸즈와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과 루스벨트 아일랜드가 서로 가까이 있는데 각자의 색깔이 분명하다. 장면의 설명이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케이마트에 보니까 돼지고기 수육을 15달러에 팔고 있었다. 워싱턴이나 시카고에서 용인 이형이 해줬던 것처럼 수육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숙소에 돌아왔는데 수양 누나가 중국식 꼬치구이를 만들어놨다. 양꼬치가 없어서 돼지고기로 만들었는데 내가 먹어본 꼬치구이 중에 가장 맛있었다. 꼬치구이와 중국식 순대와 같은 것을 먹으며 수양 누나와 수함 이와 같이 마지막 밤을 보냈다. 주찬이는 맨해튼의 밤을 더욱 즐기고 싶었는지 조금 늦게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서 낄낄대며 웃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우리는 각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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