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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1. 2016

재즈카페엔 미친 사람이 있었다.

베이스에 미친 사람

사람이 많아 빌딩 라운지에서 야경을 보지 못한 우리는 재즈카페로 향했다. 재즈카페의 이름은 앤디스 시카고 재즈카페. 나가수에 나와서 자우림이 불렀던 재즈카페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신해철의 재즈카페 중-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색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대학교 1학년 때 해보고 싶었던 것이 몇 개 있었다. 피팅 모델하면서 용돈 벌기, 연애하기, 율동공원에서 번지 점프하기 등이 있었는데 그중 재즈카페에 가보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그런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못 갔었다. 한 번은 홍대에 다니는 형이 자신이 홍대는 꽉 잡고 있으니 한 번 놀러 오라고 했는데 학교에 놀러 갈 만큼 친하진 않아서 가지 못했다. 홍대에 다니던 중학교 친구가 있었는데 대학교에 가서 연락이 끊겼다. 그래서 홍대 앞에 재즈바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루지 못한 꿈을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룬다. 재즈카페에 들어서자 입구에서 건장한 체격의 직원이 신분증 검사와 15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마담'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생긴 사람이 나와서 우리에게 물어본다. "테이블에 앉을 거야? 서서 볼 거야?" 계속 걸어서 다리가 아팠으므로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메뉴판에는 식사류와 음료가 있었다. 우리는 밖에서 배를 채우고 왔기 때문에 마실 것 몇 개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았는데 저기 구석에 조지 클루니 느낌이 나는 사람이 블랙 셔츠를 입고 앉아서 금발의 미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재즈카페의 조명이 블랙 셔츠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나도 블랙 셔츠 하나를 사야겠다.

색소폰이 울려 퍼지는 재즈바의 모습은 황홀했다. 드럼을 처음 배울 때 재즈 드럼을 배웠었는데 하다가 어려워서 그만뒀던 것이 기억났다. 드러머 생긴 게 집밥 같이 생겼는데 드럼을 굉장히 잘 친다. 그의 애드리브가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데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새롭다.

3명의 색소폰 연주자는 서로의 연주를 서포트해주기도 하고 서포트받기도 하면서 재즈카페에 멜로디를 채워 넣는다. 그중 가장 연륜이 묻어나는 연주자는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그냥 나온 것 같은 느낌인데 색소폰을 연주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추레한 복장마저 예술가의 모습으로 바꿔준다.

피아노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교회에서 들었던 이승호 목사님 피아노가 훨씬 좋다.

재즈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작아 보이게 만들 만큼 큰 덩치의 남자는 베이스와 이미 한 몸이 됐다. 찌푸린 얼굴은 연주에 심취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그의 표정은 카타르시스의 파도에 젖어있다. 굵은 손가락으로 베이스의 현을 튕기는 모습이 굉장히 섹시하다. 그 튼튼하고 굵은 베이스의 현이 연주자의 열정으로 인해 끊어질 것만 같다. 연주가 끝나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어떤 사람은 기립박수를 치고 어떤 사람은 휘파람을 불었다. 또 어떤 사람은 건배를 했다. 음료수 잔을 보니 잔이 비어있었다. 잔 안에 남아있던 얼음까지 거의 녹을 무렵, 웨이터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계산서를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재촉하는 감이 있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연주도 끝났겠다 우리는 재즈카페를 나가기로 했다.

문을 나서자 익숙한 모습의 한 사람이 보였다. 바로 베이시스트였다. 그는 연주를 끝낸 후에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가서 악수를 청한 뒤에 오늘 연주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주자의 이름은 마이크, 마이크 아저씨에게 내 이름을 소개한 뒤에 다시 보자고 말했다. 세상은 좁으니까 다시 볼 날이 있겠지. 나도 마이크 아저씨처럼 무언가에 심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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