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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3. 2016

라스베이거스 파라다이스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라스베이거스. 도박과 쇼, 돈만 있으면 파라다이스라는 이곳에 대한 환상은 중학교 3학년 때 생겼다. 중학교 친구 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 사장을 하겠다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지만 중요한 것은 그 친구가 보여줬던 라스베이거스 호텔 사진이었다.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호텔과 화려한 분수, 정신없이 돌아가는 카지노의 모습들이 새로운 판타지를 내게 심어주었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항 내에 비치돼있는 카지노 기계였다. 전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눈에 띄게 많은 카지노 기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공항을 헤매다가 우리는 렌터카를 빌려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일 바로 렌터카로 그랜드캐년을 여행하자는 제의에 모두가 동의했고 우리는 렌터카를 빌리러 갔다.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한두 정 거장을 가니 렌터카 터미널이 나왔다. 렌트가 터미널은 터미널 3 셔틀 역이다. 이곳에 렌터카가 모여있다. 회사들 가운데 낯이 익은 회사가 보였다.  

 우리는 직원에게 다가가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렌터카 예약 확인서를 보여줬다. 그리고 나는 직원에게 혹시 이게 국제 기업이 아니냐고 하면서 내가 터키에서 이 회사를 본 얘기를 했다. 직원은 자신은 여기에서 자라서 여기밖에 안 가봐서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 주머니 상정에 가장 맞는 차를 골랐다. 3명이서 충분히 탈 수 있는 차였다. 트렁크도 있었다.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직원은 우리에게 25달러를 더 내고 차를 업그레이드하라고 했다. 25달러를 더 내면 훨씬 편하고 좋은 차를 탈 수 있는데 왜 업그레이드를 안 하냐는 식의 얘기였다. 우리는 학생이라서 돈이 없다고 말했고 그 차로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근데 직원은 우리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주문했다. 불쾌할 정도였다. 지가 돈을 내주던가. 친구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는데 카드 한도 초과로 결제가 안됐다. 우리가 한도를 높이고 다시 오겠다고 설명하려고 하자. 다른 곳으로 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저기 보이는 곳으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말을 자꾸 끊는다. 절대 안 되니까 저쪽으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매우 불쾌했다. 딱 봐도 돈 없어 보이니까 무시하는 어투였다. 우리가 나중에 이 회사의 중요 고객이 될지 어떻게 아는가. 하다못해 이 회사의 안티는 만들지 말아야지. 잠정적 고객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직원이었다. 내가 사장이었으면 해고했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서 렌터카를 알아보았다. 아주 친절한 직원이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포드의 퓨전을 빌렸다. 보험료, 렌트비용, 기름값 모두 해서 180달러 정도가 나왔다. 그랜드캐년 투어 비용이 한 사람당 90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운전병 출신 주찬이가 운전을 맡았다. 주찬이는 내가 아는 우리 또래의 사람 중에 운전을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잘한다. 베스트 드라이버와 나이스 카가 준비되었다. 오늘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껏 즐기고 내일은 캐년으로 쏴야겠다.

렌터카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링큐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더니 어이구 이런 천국이 다 있나. 두 명이 침대에 뻗어있으니 친구 한 명이 빨리 나가자고 재촉한다.

친구 말이 맞다. 빨리 준비해서 나가자. 카지노를 가려고 했는데 호텔 로비에 있는 카지노가 초라해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열기가 확 띈다. 화려한 건물들과 네온사인을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정신없다.' 진짜 정신이 없다. 출출한 배를 달래러 핫도그 하나 집어먹고 이제 카지노를 하러 출발했다. 그런데 블랙잭, 포커, 룰렛 하며 잃고 따고 잃고를 반복하다가 10달러 정도를 잃었다. 재밌게 놀았으니 됐다. 이제 숙소로 가서 푹 자고 내일 그랜드캐년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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