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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20. 2016

고모와 디즈니 랜드

유섭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아웃렛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주차한 뒤에 차에서 몇 시간 잤다. 자는데 해가 떠서 우리를 비췄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조금 틀고 잤다. 먼저 일어난 주찬이가 나를 깨웠다. 체력이 좋아서인지 쇼핑을 하러 가자고 보챈다. 더 자고 싶지만 뭐 미국 앙울렛에서 살게 있겠지 싶어서 일어나서 나도 아웃렛을 갔다. 열 시에 오픈하는데 사람들이 벌써부터 북적거린다. 아웃렛에는 사람이 이렇게 항상 많은데 오후 12시가 되면 사람들이 정말 많아진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왔다. 친구는 머리도 감았다. 나는 긴 머리라 그런지 머리는 감지 못했다. 동생이 베이 맥스 인형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형을 찾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찾을 수가 없다. 마침 이 아웃렛에 디즈니 스토어가 있다고 해서 베이 맥스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베이 맥스는 여기도 없다. 지금은 인사이드 맨?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많다.

GAP에 들어가서 셔츠와 바지를 하나씩 샀다. GUESS에 가서 블랙 진도 샀다. 모두 다 사니 10만 원이 조금 덜 나왔다. 생각한 것보다 비쌌지만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싸다. 매일매일 이런 가격인데 블랙프라이데이나 이럴 때는 훨씬 싸다고 한다. 우리나란 거품이 너무 심하다. 미국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니 해외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를 욕하게 된다. 외국의 좋은 것을 비교하고 우리나라는...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단점들을 들춰내긴 시작한다. 욕을 할 때 틀린 말은 안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악습관이 자연스럽게 내게 들어와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 썩 유쾌하진 않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란데. 한국에 가면 우리나라의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면서 알려야겠다.


아웃렛에서 쇼핑을 하고 나온 뒤에 렌터카를 반납하러 나갔다. 스테이플스센터 근처로 왔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어제 보았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에는 줄이 롤러코스터처럼 많은 맛집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2시 40분,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참 뒤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집이었다. 정체가 뭘까 호기심을 갖고 들어갔는데 여기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니 정말 허허벌판에 집 한 채 덩그러니 있다. 우리도 모르게 레전드를 찾았다. 굉장히 러키 한 상황. 우리는 여기 대표 메뉴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메뉴판에 적혀있는 것이 모두 베스트란다. 우리는 아침식사 메뉴 하나하고 햄버거 하나, 펜케이크 하나를 시켰다. 정말 간단한 재료와 심플한 음식들이었다. 그런데 시키고 나니 크기와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햄버거를 시키는데 미디엄 , 레어를 물어본다. 여기 도대체 뭐지. 음식이 나오고 식빵을 한입 먹었는데 이럴 수가! 식빵이 왜 이렇게 맛있을까. 프랑스에서 먹은 모든 식빵보다 훨씬 맛있다. 어떻게 식빵을 이렇게 맛있게 구울 수 있을까. 보통의 맛있는 집들은 재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게 되는데, 여기는 너무 단순한 재료로 이렇게 훌륭한 맛을 내니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조리실을 대충 들여다봤는데 진짜 별거 없다. 그런데 정말 정말 맛있다.

의외의 맛집을 찾은 우리는 기분 좋게 배부르게 한껏 먹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의자를 뒤로 젖히다가 넘어졌다. 왼쪽 손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한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왜 그렇게 깝죽거렸어 라고 말하고 시었는데 손목이 너무 아픈지 얼음을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아파도 병원을 갈 수가 없다. 병원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인간이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사람이 돈보다 소중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 아까 넘어진 사람이 얼음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아파한다. 근데 본인도 조금 창피하였는지 계속 혼잣말로 의자 탓을 한다. 근데 의자엔 문제없다. 그냥 지가 잘못한 거다.

카페에 앉아서 고모를 기다렸다. 고모가 미국에 사시는데 여기 와서 고모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고모와는 어릴 적에 보고 몇 년 만에 보는 것이다.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지만 일단 그냥 만나보기로 한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고모가 왔다.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고모 차를 타고 고모네 집으로 이동했다. 고모네 집에 들렀다가 디즈니랜드 다운타운에 갔다. 여기엔 베이 맥스가 있겠지. 싶어서 찾고 찾고 또 찾았지만 직원이 말하길 여기에는 베이 맥스가 없단다. 디즈니랜드에 없으면 어디 있냐고 물어보자 자신도 모르겠단다. 그래서 그냥 대충 기념품을 샀다. 디즈니랜드 다운타운에 오니까 동화 속에 온 기분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대인 누나 아비야 누나가 생각났다. 아마 누나가 여기 오면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십 대들과 어른, 그리고 어린아이가 돌아다니는데 사실 어린아이와 십 대를 위한 곳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큰 감흥이 없다.

디즈니를 조금 느껴보고 싶어서 예전에 피터팬, 백설공주, 인어공주가 실재한다고 믿었던 때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거울을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눈이 작고 애니메이션처럼 생기지 않았지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 그 상상의 나래에 가고 싶었다. 피터팬의 손을 잡고 네버랜드로 향하는 꿈을 수천번도 더 꾸었다. 언젠가 나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이 상상한 것은 분명히 이뤄내기 때문이다.

길거리 공연들도 동화 속 배경음악 같은 것으로 한다. 동심의 세계에 온 것 같다. 고모들이 내게 용돈을 쥐어주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구경한 다음에 한 시간 뒤에 만나자고 했다. 고모들은 스타벅스로 갔고 나는 디즈니 다운타운을 구경했다. 아이들이 헐크, 엘사 인형 앞에서 눈길을 떼 질 못한다. 400-500달러(50-60만 원) 짜리 인형들인데 징징대는 아이들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흔들린다. 아이에 게 사주고 싶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버지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저것을 보라며 아이를 끌고 간다.

언젠가 어릴 때 티브이에서 전자레인지가 나온 것을 보고 아버지께 전자레인지를 사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당시에 전자레인지가 나온지 얼마 안돼서 많이 비쌌는데 그때 아버지는 전자레인지를 사 오셨다. 그때 아버지의 심정도 그랬을까.

디즈니랜드를 나와서 고모네 집에 다시 왔다. 오는 길에 한인마트를 들려서 초밥을 하나 샀다. 아까 고모가 해주신 김치찌개와 la갈비를 먹고 배가 불렀는데 왠지 마트에 가서 초밥을 보니 먹고 싶어 져서 한팩을 샀다. 돌아와서 고모와 얘기하다가 고모가 먼저 주무셨다. 글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너무 졸려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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