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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Jun 25. 2016

너 뭐하는 놈이냐?

요즘 들어 부쩍 제게 걱정 섞인 말투로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너 뭐하는 놈이냐?"
그런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심하긴 하지만 26살 돼서야 제가 누군지에 대해 다시 생각 중입니다. 난 누구일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요.  

대학 졸업 때까지 부모님께 받아왔던 용돈을 이젠 받지 않기로 한지 몇 달이 되자 그동안 모아 왔던 돈이 점점 떨어져 갑니다.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현실은 돈 없는 백수입니다.


돈이 없다 -> 유명한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도 저절로 번다. ->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한 이유는 내가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럼 유명해지기 위해서 뭐라도 해보자 -> 유명한 사람들은 어떻게 유명해졌지?

와 같은 생각의 반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가 중에 유명한 사람들을 요즘 만나고 있습니다. 싸인 수집가로 유명한 이삭이, 미용인 여행가로 유명한 영주형. 앞으로 만나고 싶은 여행에 미치다 대표 준기형과 여행작가 안시내 씨와 장찬영 씨. 이처럼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들도 몰랐던 그들의 장점까지 모두 제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얼굴에 철판 깔고 이리저리 만나러 다니는 중입니다.

그런데 유명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유명세라는 스스로의 감옥에 갇혀버려 '유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에 쫓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웃기는 얘기지만 유명해지고 싶으면서도 유명세에서 자유롭고 싶습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유명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기 때문인가 봐요.

그래서 그냥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것들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드럼 연습실에서 혼자 드럼을 쳤었는데 호주에서 돌아온 진범이가 밴드를 하자고 해서 합주도 해보았고 터키에서 온 친구에게 한국 구경도 시켜주었습니다. 언젠가 출판하고 싶은 책의 원고도 다듬고 있고요.

그러다가 어제 제가 졸업한 송림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강의를 하기 전에 교무실에 찾아가 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는데 선생님들이 모두 제게 같은 것을 물어보셨습니다. "너 요즘 뭐하고 사냐? 취업 준비해?" 그래서 "20대 일 때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선생님들은 "예전에 네 모습과는 많이 다른데? 멋지게 사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에서 나와 후배들이 있는 곳에 가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약 27개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꿈의 시작은 자유예요. 누군가 정해준 나에서부터 자유로워질 때, 그때 진정한 나를 만나고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주제에 후배들 앞에 서서 얘기를 하려니 쑥스럽더군요. 그렇게 학교 강의를 마치고 학교를 나와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요즘 이렇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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