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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Jul 09. 2016

사랑이란 이름의 마법, 꿈을 던진 사람

100원을 모아 남미에 학교를 세운 한꽃 거지(한영준)님과의 만남


여행자들 사이에서 여행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한꽃 거지라는 사람이었다. 프로필 상으로 보았을 때 상의탈의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름도 그렇고 옷을 벗고 있는 것도 그렇고 뭔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인터넷 창을 껐다. 그런데 몇 달 전 재병이 형이 촬영한 한꽃 거지님의 뽀꼬 뽀꼬 마을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사람을 꼭 만나고 싶어 졌다. 너무 멋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에 강연을 하러 온다는 것이었다. '여행에 미치다'라는 커뮤니티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나는 당장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신청서 안에는 한꽃 거지님의 강연 이전에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올커니! 이건 기회다. 나는 내 여행 이야기를 적었고 감사하게도 내 여행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산 해리포터 지팡이를 들고 강연을 시작했다. “여러분 저는 해리포터가 너무 좋아서 9와 4분의 3승 강장도 가보고 지팡이를 사서 주문도 외쳐봤어요. 알로 호 모라! 문이 열리라는 주문이었는데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죠. 닫힌 문이 주문 하나로 열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저는 여행 중에 마법 같은 일들을 겪었어요.” 

그리고 나는 카자흐스탄, 우간다, 네팔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했다. “나를 비워서 남을 채우는데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랑, 그건 정말 마법 같은 일이었어요.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사랑과 삶은 모두 ‘사르다’라는 말에서 시작됩니다. 내 몸을 불살라서 남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여행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짧은 나의 강의가 끝나자 한꽃 거지님이 나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 나이로 22살, 전 수녀가 되기로 한 그녀를 사랑했어요. 그녀와 만난 지 2년 하고도 6개월이 흘렀을 때, 그녀는 그녀의 꿈을 찾아서 모든 것을 버리고 수녀가 되었어요. 물론 저와의 관계도 버린 채 그녀는 제 곁을 떠났죠. 저는 한동안 외로움에 몸서리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갔는데 내게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전 세계의 아름다운 여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천만 원을 들고 호주로 향했죠. 3개월 동안 클럽을 다니며 놀았더니 내게 남은 건 카메라 1대와 60만 원뿐이었어요. 60만 원은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습니다. 전 1300km를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결국 100번째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왔고 그곳에서 돈을 모았습니다. 운동을 하고 몸이 좋아지고 돈을 버니 여자들과 얘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도 늘었죠.

이후 태국 여행을 했습니다. 클럽에서 여자를 꼬셨는데 4시간 만에 그녀가 내게 청혼을 했어요. 여자는 내게 말했습니다. “나 너랑 결혼해서 내 동생들 학교도 보내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어. 나랑 결혼하자.” 그때 처음으로 신에게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왜 저 아름다운 여자는 몸을 팔고 나 같은 사람은 떵떵거리며 세계일주를 하며 삽니까?’ 그렇게 하늘에 외친 소리는 내게 행동이라는 메아리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제가 쓰는 돈이 현지인에게 돌아가는 공정여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현지인들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현지인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그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여행. 공정여행을 하니 가격이 착해지고 남는 돈이 생겼어요. 그 돈으로 인도의 한 아이를 후원했죠. 1년에 8만 원이면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 내 지갑은 홀쭉해졌는데 마음은 빵빵해졌습니다. 행복했죠.

이후 30유로를 들고 3개월 동안 유럽여행을 했습니다. 숙소를 안내하고, 공모전에서 상을 타고, 라디오 사연을 적어내고, 사진을 찍어 팔았어요. 그리고 여행이 끝날 때 쯔음, 내 손에는 6백만 원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돈으로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사람들에게 농장을 지어주고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나의 나눔을 확산시키기 시작했고 집과 농장, 도서관을 지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남미 볼리비아에 학교를 하나 지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여행을 했습니다.

꿈과 공의 공통점은 던지고 잡는 것입니다. 던지지 못한 공은 잡지도 못해요. 전 병원을 짓고 싶고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르고 싶어요. 꿈을 잡을 때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너 그거 못해, 너 부자야? 건축 배웠어? 키 몇이야? 불가능해. 포기해’ 근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삶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조롱 때문에 내 꿈을 그만둘 이유는 없는 거죠. 전 100원짜리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1억 명에게 모아서 100억으로 병원을 짓고 싶습니다. 정말 꿈이 있다면 나 혼자 잡을 필요는 없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구걸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돼요. 같이 가자고 요청하는 거예요. 대신 대충대충 하면 대충대충 된다. 할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하는 거예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여러분! 꿈과 공은 던져놓고 잡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꿈을 던져보지 않을래요?”

꿈이라는 공을 던지는 사람 한꽃 거지. 이미 밤하늘에 별처럼 수많은 공을 던졌지만 현실이라는 뿌연 연기가 하늘을 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밤하늘이 맑다. 하늘의 별들을 보니 왠지 가슴 한편이 뜨겁다.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고 싶다. 오늘 멋진 사람을 만났다.


P.S : 한꽃 거지님 실물 진짜 잘생겼다.
예쁘게 사진 찍어 준 이태원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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