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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Oct 15. 2016

불가마가 되고 싶다

언어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없다. 혹은 있어도 한계가 많다.' 유명한 여행가들은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돈을 벌지만 결국 인기가 식으면 그것도 한계가 드러난다. 계속해서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여행의 늪에 빠지고 만다. 어느새 사라지고만 '내 여행'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하려면 먹고살 길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집에 돈이 많아서 여행만 주야장천 다닐 수 있는 금수저도 아닐뿐더러 나도 사람 구실을 하면서 효도도 하고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 돈을 벌자!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돈은 여우 같아서 자신을 쫓아오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따를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느꼈다. 돈보다는 뜻이 우선이다.

6월이 돼서야 올해 목표를 두 가지 정했다.
'내 책 만들기, 한국어 선생님 되기'



작년부터 써왔던 책의 방향성이 제주에서 잡혔다. 길 가에 굴러다니는 현무암과 같았던 글들을 엮어서 쌓는 작업을 하고 있다. 넘어질 것 같지만 거센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 제주의 담벼락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제주에서 열심히 책을 썼다. 돈을 벌기 위한 책이 아니라 정말 내가 쓰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온통 무엇을 적고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했다. 올해 안에 내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한국어 대한 가능성을 믿는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어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부터 이주여성, 한글을 읽고 싶으신데 읽지 못하시는 어르신들, 머나먼 땅에서 한국에 대한 향수를 갖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시는 고려인, 재외동포들까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많다.


나는 한국어 원어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 그냥 대충 가르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언어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마음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데 어떻게 대충 만들 수 있을까. 고려청자를 빚는 불가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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