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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Sep 07. 2016

같은 나이, 다른 세상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

"아 얘 일어났다." 나는 넓은 침대 위에 있었고 내 주위엔 5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침대 시트 위에는 트럼프 카드들이 널브러져 있고 내 입가엔 초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옆에 있던 지원이가 말했다. "네 방에 가서 자" 포커 카드 게임으로 초코파이 빨리 먹기 벌칙을 했었는데 잠깐 잠들었던 것 같았다. 밖은 캄캄했다. 나는 내 방으로 가기 위해 나오면서 말했다. "혼자 가기 무서워 경수야 같이 가자. 어차피 너도 방으로 갈 거잖아." 우리는 자가발전 손전등을 들고 방으로 향했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밤하늘엔 비가 오지 않는데도 번개가 번쩍였다. 방에 도착한 우리는 마른하늘에 내리치는 벼락을 구경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현지인 집에서 자기로 했다. 아바라는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나는 4번째로 아저씨의 뒤에 매달려서 현지인 집으로 향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집 모양이 특이했다. 소똥으로 만든 집이었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웰컴! 웨어 아 유 건프라?" 나는 "아임 프롬 코리아"라고 대답했고 반갑게 포옹했다. 해가 지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됐다. 주인은 내게 닭을 잡아주었다. 집에 딱 한 마리 있는 닭이었다. 나를 귀한 손님이라고 말하며 내게 닭다리를 뜯어 권했다. 닭다리에선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 지역에서 먹는 방법인 듯했다.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맛있게 먹었다. 닭다리 하나를 뜯었는데 닭이 굉장히 질겨서 고무줄을 씹는 듯했다. 다리 하나와 날개 두 개를 먹고 나니 턱이 빠질 것 같았다. 그때 소똥집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밖을 보니 흰색의 무언가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 집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처음 본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닭을 나눠먹자고 제안했고 아이들은 행복하게 같이 먹었다. 그렇게 밤이 깊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한 곳에 모였다. 점심을 먹으며 어젯밤 각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나 화장실에서 볼 일 보려다가 밑으로 빠질 뻔했어. 하마터면 오늘 너희들 못 볼 뻔했다니까.” “나는 어제 한 소녀 하고 얘기를 나눴어. 우리랑 동갑인 17살이었는데 공부를 참 잘하는 아이더라. 프랑스로 유학 가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어. 혹시 가게 되거든 나중에 만나기로 했지.” 씁쓸했다. 같은 나이의 친구였는데 처지가 이렇게 다른 것을 보니 세상이 불공평해 보였다.


     

우리는 승합차를 타고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로 갔다. 학교에는 3개 정도의 교실이 있었다. 교실에는 70-80명이 있었는데 자리가 모자란 나머지 서서 수업을 듣는 아이도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빵과 음료, 리코더, 탬버린, 그리고 캐스터네츠 등을 나눠주었다. 물품을 받는 아이들은 낡고 색 바랜 옷을 입고 있었다. 발바닥엔 신발이 없어서 피딱지가 여기저기 눌러앉아있었고 온몸은 삐쩍 말라있었다. 물품을 나눠준 후에 아이들이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우리도 반갑게 화답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노래를 부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은 역시 불공평해’     


학교를 나와 승합차를 타고 선교사님이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선교사님에게 아이들의 옷이 너무 낡았다는 얘기를 하자 선교사님이 대답했다. “그 낡아 보이는 옷도 너희들 온다고 제일 깨끗한 옷으로 입고 온 거야.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그래도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지. 가난하거나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아. 간단한 치료로 나을 수 있는 감기나 말라리아에도 면역력이 부족하고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죽는 아이들도 많단다.” 나는 그때 가슴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아이들을 돕고 싶어.”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탔다. 차에서는 아프리카 특유의 시큼한 겨드랑이 냄새가 났다. 시큼한 냄새가 코에 적응될 무렵 ‘아리랑’이라고 한글로 된 간판이 보였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제법 맛있다고 소문이 난 한인식당이었다. 들어가서 밥을 먹는데 한국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항상 여기 서 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그런데 소리가 너무 크고 진동이 느껴졌다. “얘들아 음악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라고 말하려고 하던 차에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는 점점 커지고 계속해서 진동이 느껴졌다. “서준아 일어나서 전화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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