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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Sep 13. 2016

밤하늘의 빛나는 별

“전투배치! 전투배치! 현재 시각 00시 00분. 전방에서 기관총 및 전차 움직임 포착.”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각자의 자리에 전투배치를 붙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모두가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우리는 죽음을 각오했다. 종교단체에서 김포 애기봉에 크리스마스 등탑을 설치했고, 북한을 도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우리는 북한이 먼저 포격해올 것을 대비해  A급 전투준비태세를 갖췄다. 근근이 조달되는 주먹밥과 수통에 담긴 차가운 물을 먹으며 버텼다. 우리는 그렇게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달하는 곳에서 십 수 시간을 떨어야만 했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애기봉 등탑 행사를 한다고 했지만 행사 때문에 병사들의 종교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요란스러웠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상황이 종료됐다. 그리고 다시 야간근무 시간이 됐다. ‘턱, 턱... 턱턱’ 추운 날씨에 언 발을 녹여보고자 워커 발을 부딪혔지만 한번 언 발은 쉽사리 녹지 않았다. 그때 같이 근무를 하던 선임이 내게 물었다. “어휴 이제야 끝났네. 고생했어” “아닙니다. 정일만 해병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별이 유독 반짝였다. 그때 일만이가 내게 말했다. “야 이 생활도 이제 지겹다. 빨리 전역하고 싶다. 너 전역하고 뭐할 거야?” 나는 대답했다. “저는 전역하고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그러자 일만이가 또 말했다. “남자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해.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기 떠있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전에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자 일만이는 씩 웃으며 “그래 너는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며칠 뒤,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청소도구로 쓰이는 국방일보에서 기사를 보았다. 한 모험가가 아마존 코스를 완주했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기사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들이 기억이 나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휴가를 나가서 서점에 들러서 유럽여행 책을 샀다. 휴가를 복귀한 뒤에 계급이 올라갔고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유럽여행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하루에 6시간을 잘 수 있으면 4시간만 자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라고는 정말 하기 싫어했는데 이상하게 여행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니 공부가 잘 됐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침을 하는 시간이 됐다. 오침을 하기 전에 에펠탑 앞에 있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지진이 났다. 땅이 '꽈당!' 하고 울렸다. 그리고 익숙한 공간이 나타났다. 내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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