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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Sep 29. 2016

여행이 끝나면 난 또 보잘것 없어지겠지?

여행은 일상생활의 루져를 만들곤 한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으로 넘어가는 길, 비행기 시간 10분을 남겨놓고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멍하니 드는 생각.

여행이 끝나면 난 또 보잘것 없어지겠지? 해외로 떠났다는 사실 자체로 받는 주변 사람의 부러움은 여행이 끝나는 순간 같이 사라진다. 누군가가 여행을 떠나면 내가 여행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또다시 부러워하는 사람이 된다.

누군가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스스로에게 자랑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내가 이만큼 노력해서 여행이라는 여유를 가졌어'라는 이유에 서라던가,

'나는 아무것도 없지만 용기를 내서 여행을  선택했어'라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마누칸 섬, 과도한 포토그래퍼 정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했던 망고빙수>


전자는 말 그대로 휴양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사진을 올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에서 즐기는 모습을 찍어서 올린다. 이러한 사진들을 찍기 위해 가끔은 정말로 맛있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정말 여유로움을 즐기지 못한 채 사진을 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갖기도 한다. 왜냐하면 '자랑해야 되니까' 남는 것은 사진이라지만 과도한 포토그래퍼 정신은 여행의 방해가 된다.

터키 카파도키아 동굴에서 캠핑

후자는 남들에게 격려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이럴 때는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서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 찬다. 실제로 이러한 친구들을 보면 그 당시는 멋있지만 그 이후가 암울한 경우가 많다. 여행을 다녀왔지만 뭔가 생산적인 결과물은 없고 '아 나 거기도 다녀와봤어.'라는 식의 텃세만 늘어갈 뿐. 사실 휴양으로 떠난 여행은 재충전이라도 할 수 있지만 쥐뿔도 없지만 용기 내서 여행은 여행할 때를 제외하면 여행의 후폭풍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루져가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왜? 여행을 가면 새로운 것이 즐겁기도 하고 관심을 안 가져주던 사람들이 관심도 갖고 격려의 박수도 보내주니까. 여행이라는 큰 경험이 자기 도피의 탈출구가 되는 것이 바로 후자의 여행이다.


난 전자의 여행도, 후자의 여행도 모두 해보았고 지금도 하고 있다. 사실 후자의 여행의 성격이 강하다.

70일의 여행 기간 가운데 벌써 2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30% 정도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 드는 생각은 여행을 통해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거나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삶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나 자신의 여행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여행, 누군가의 행복, 누군가의 방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여행 말고 '내 여행'

폭풍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폭풍의 눈으로 들어가라고 했던가. 혼란스럽고 거센 바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분명한 나 자신의 깊은 고요함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자. 내가 나를 신뢰 못하면 누가 나를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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