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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Oct 03. 2016

성공은 주로 남의 얘기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xx필름에 후원 요청 및 모델 제의를 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아침에 사진을 찍으러 동묘 앞에 갔다. 즉석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하고 다닌다고 하려면 적어도 내 사진첩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경수와 함께 칼국수를 먹고 사진을 찍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광고판에 시원이 형의 시원스쿨 광고가 보인다. 

성공은 주로 남의 얘기다. '여행을 다녀와서 누가 책을 썼대. 강연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도전정신을 심어줬대. 사업을 해서 대박이 났대.' 누군가가 이뤄낸 성공들이 부러워서 남의 성공을 쫓아보지만 그건 허상이다. 난 나의 길을 걸을 필요가 있다.  

왜 유명해지고 싶은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유명세에 집착했으면 내가 다녔던 여행 루트 자체가 일단 틀렸다. 유명해지려고 다닌 여행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다닌 여행이었기에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여행을 해도 행복했다. 다시 돌아가 왜 유명해지고 싶었는가를 고민해봤을 때 결론은 책을 내고 싶어서였다. "넌 안 유명하니 출판비용 1000만 원을 내야 해"라는 얘기가 유명함을 쫓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은 여행 뒤에 따라오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나오지도 못한 책 때문에 유명세의 노예가 되어있다. 물론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래서 빠짐없이 일상을 기록하고 느끼는 것들을 적어 내려간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결과가 어찌 됐든 글은 계속 쓰고 싶다. 그런데 중간에 잠깐 온 종경 이형이 내게 와서 말했다. “페이스북에는 긴 글을 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긴 글은 다른 공간에 쓰고 페이스북에는 짧은 글을 올려보는 게 어때?” 일리가 있다.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시도해봐야겠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준기형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요즘 여행가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내 모습을 준기형이 기억해줬다. 고마웠다. 여행을 일로 하려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준기형은 x 같다고 대답했다. “나도 내 여행을 하고 싶은데 여행지에 가서도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목까지 조여올 때는 정말 싫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거야. 분명한 목표의식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그 일을 해낼 수가 없어. 내가 정말 재밌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사람들이 많이들 말하는데 나는 내 경험을 토대로 YES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내가 그랬기 때문에 너도 그렇게 해봐!라고 얘기하긴 조심스러워.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타이밍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건 본인의 선택이야.”

준기 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어딘가 쓰여있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에 마음이 와락 무너졌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입니다.” 돈을 넘어 일하고 싶다. 소명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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