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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Oct 03. 2016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겠는가?

서점에 들러서 책을 보는데 여행 코너에 ‘여행 작가 되는 법’ 같은 책이 있다. 여행 작가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한 챕터를 봤는데 원고료로 먹고사는 건 힘들고, 강연이나 세미나도 한계가 있다. 매번 새로운 책을 써야 하는데 책을 잘 안 읽는 시대에 책이 갖고 있는 한계가 많다. 여행으로 먹고살긴 힘든 것 같다.

“에휴” 한숨을 쉬는 순간, 점심 약속을 했던 준기형이 연락이 온다. "서준아, 병준이 형이라고 사진 찍는 형이 있는데 같이 밥 먹을래?" 평소에 멀리서 지켜보던 팬이었는데 이렇게 같이 온다고 하니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형에게 "와 형 저야 진짜 엄청 좋죠!!!"라고 말하려다가 좀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네 식당으로 갈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식당에는 준기 형과 병준 님, 그리고 식당 아주머니가 있었다. 아주머니가 내게 손짓하며 말했다. "저 쪽으로 가요."  

인사를 하고 앉아 밥을 먹는데 멀리서 보던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니 약간 긴장해서 그런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내가 상추를 먹는지 고기를 먹는지 모르게 먹었다. 여행 비즈니스(?)와 앞으로의 얘기들을 하는 것을 그저 들었다. 밥을 먹고 나와 카페로 이동했다.

여행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과 sns라는 수단과 여행이 만났을 때 그들의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 됐다. 지금도 그들은 여행을 하고 일을 하고 또다시 여행을 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준기 형이 내게 말했다. “여행을 일로 하는 것이 때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 그래서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여행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 이어서 병준 님도 말했다. “7월에 비교적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나는 다 포기하고 러시아 여행을 떠나 보려고. 러시아를 달릴 때만큼은 내 여행을 하고 싶어.” 그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형에게 실패했던 순간들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형. ‘여행에 미치다’를 만들고 지금 굉장히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실패했던 순간이나 좌절했던 순간이 있어요?” 그러자 형이 대답했다.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어. 모두가 과정일 뿐이야. 지금은 비록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그게 나중에 모두 도움이 되는 법이거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야. 일단 해보는 거지.” 
그리고 내가 형에게 말했다. “저는 분명히 실패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미래에 도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백수로 고민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실패인 것 같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병준 님이 말했다. “그건 실패가 아니지.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 안 유명하면 안 유명한대로, 유명하면 또 유명한대로 맨날 고민해.” 그리고 준기 형이 말했다. “맞아. 고민하는 건 당연한 거야. 중요한 건 어떤 순간에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을 갖는 거야. 처음엔 잘 안 되는 것 같아 보여도 계속해서 해나가면 결실이 맺히거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잘하고 있어.”

준기 형이 사준 밥과 병준 님이 사주신 사과주스를 맛있게 먹고 영민이와 함께 재우의 발레 공연을 보러 갔다. 1막 세레나데가 끝나고 2막의 순서가 왔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었다. 

스트라빈스키라는 이름은 프랑스 여행 중 퐁피두 센터 앞에 있는 분수대에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분수대가 설치된 광장의 이름이 스트라빈스키였기 때문이다. 

발레가 시작되고 막이 올랐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과 같은 몸을 가진 무용수들이 나와 심오하고 역동적인 몸짓을 풀어냈다. 기존에 봤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발레들과는 다른 발레였다. 신선하고 뜨거웠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봄의 제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너무 전의적이고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스트라빈스키는 수많은 혹평을 당했다. 그리고 초연 때 폭동이 일어날 만큼 대중들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가졌고 그 결과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 됐다. 그리고 현대 예술을 상징하는 퐁피두 센터 앞 광장의 이름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갖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다. 사명감을 스스로에게 관철시키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힘, 그것에서부터 울림은 시작된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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