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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Oct 03. 2016

어른들도 먹고 살 걱정을 한다.

나와 같이 있어줄 사람

제주도 우당도서관을 나와 아주 맛있는 집을 발견했다. 막국수 한 그릇을 시켰는데 너무 쫄깃하고 맛있어서 칼국수 하나를 더 시켰다. 통밀로 만든 칼국수였는데 멸치로 직접 우려 나오고 면 반죽도 직접 했는지 맛이 끝내준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과 아저씨 두 분이 들어오신다. 안주거리 조금과 소주 두어 병을 드시더니 얘기를 나누신다. “조왕신 모시는 어머니랑 같이 사는데 뭐 하나 집에 제대로 건들 수 있는 게 없어. 종교가 사람을 이롭게 해야지. 생산적이지도 않게 짱 박혀있는 종교는 나는 정말 싫어. 말하는 방법도 너무 공격적이어서 힘들어.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이어서 아주머니가 얘기했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44살부터 급식 배급하는 일 하려고 시작해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먹고 살기 정말 힘들어. 제주에 내 땅을 사면 좋은데 땅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 밀감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거지 뭐. 애들이 집에서 새들처럼 입 벌리고 짹짹 거리고 있으니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큰 애가 조립식 건물에 살고 있는데 좁기도 좁고 여름 되면 더우니까 이제 나가려고 하는 거야. 보니까 맞벌이하면서 둘이 5천만 원쯤 모은 것 같은데 주말마다 모델하우스 가더라고. 집 마련하려면 1억 5천 쯤 들 텐데 1억을 내가 어디서 구한담. 오죽했으면 내가 100일 기도회를 갔겠어. 이 나이에 주택이나 하나 사서 세나 받아먹어야지. 너무 힘들다. 정말”


그러자 다른 아주머니가 말했다. “주택은 무슨 돈으로 사려고? 나는 대출은 안 받을래. 다 벌려놓고 잘 안될 바에야 그냥 덜 먹고 덜 쓰면 되지. 무조건 하고 있는 거 열심히 하면서 버텨야 해.”
그때 옆에 있던 아저씨가 말했다. “무조건 버티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 그 뭐야 그 삼식이였나. 회사에서 너무 버티다가 회사 부도나서 퇴직금도 못 받고 나왔지. 미리 나온 애들은 뭐 감투 하나씩 쓰고 잘 하고 있거나 하는 일들이 잘 됐지. 타이밍이 중요해”  

식사를 다하고 나와서 길을 걸었다. 두 그릇을 먹은 탓에 너무 배가 불렀던 나는 계속 걸으며 소화를 시키려 했지만 버스를 금방 탔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다가 하차벨을 누르지 않고 서우봉 해변까지 갔다. 밤바다가 출렁. 하루 종일 공부를 안 해서 그런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시간에 쫓기는 나의 모습은 볼품없었다. 바다에는 음악을 틀고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과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밤바다에 가서 모래사장 위에 앉았다. 바닷가의 출렁이는 소리가 내 귀를 적셨다. 행복하고 감사했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비단 20대에만 하는 것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마찬가지 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 기사를 봤다. 철밥통과 같았던 직장에서 1만여 명이 해고를 당했다는 기사였다. 안정된 것을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젊은이들이 보기엔 꽤나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없이 힘들 때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을 사귀고 싶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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