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훈련단 동기였던 주영이에게 연락을 했다. "나 터미널 도착했는데 어떻게 해야 돼?" 그러자 주영이는 "937번 버스 타고 경대 아파트 앞에서 내려"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내려 걷다 보니 마중 나오고 있는 주영이가 보였다. "이게 얼마만이야. 잘 왔다. 밥은 먹었고?" 우리는 짐을 풀고 군대 후임이었던 기원이가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에 찾아갔다. '툭' 나를 본 기원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 "형 왜 여깄어 킄킄크 잘 지냈어?" "잘 지냈지. 밥 먹었어? 밥 먹으러 가자. 주영아 우리 뭐 먹지?" 그러자 주영이가 대답했다. "기원이 저녁 먹었을걸? 그리고 있다가 친척네 가야 한다고 해서 일단 우리끼리 밥 먹고 다시 연락하자." 주영이와 나는 삼겹살 집에 갔다.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벽돌 같이 두꺼운 삼겹살이 나왔다. 너무 두꺼운 탓에 자르기가 힘들었던 주영이가 내게 말했다. "저기 가위 하나 더 있어. 너도 좀 잘라" 나는 가위를 가져와 고기를 굽고 잘랐다.
그래서 요즘 뭐하고 지내냐. "나 뭐 책 출판 준비하고 내년에 사업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지. 너는 뭐하고 지냈냐." 그러자 주영이가 대답했다. "나 솔직히 복학하고 나서 좀 놀았어. 재수하고 군대 다녀와서 놀다 보니까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지나있더라고 지금은 시험 준비하고 있어. 빨리 시험 끝났으면 좋겠다. 연애는 하고 있냐?" "연애는 무슨 에휴." 우리는 서로 말없이 고기를 구웠고 고깃집이 더웠는지 눈에서 땀이 났다.
고기를 다 먹고 나온 우리는 카페에서 기원이를 만났다. 기원이도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 여행 다닌 거 페이스북에서 가끔 봤어요. 또 여행 어디 안 가세요?" 나는 대답했다. "응 돈 모으고 여행 다니고 돈 모으고 여행 다니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 더 다양하고 재밌는 여행을 하기 위해 일단 사업을 해보려고" 그러자 옆에 있던 주영이가 말했다.
"야 지금 사업 다 접고 있는 판에 무슨 사업이야. 지금은 치킨집도 차리면 100개 중에 95개는 망한다던데." 나는 내가 사진 장사를 했던 얘기를 하며 주영이에게 말했다. "이렇게 돈을 벌어봤으니 사업도 잘 될 거야. 그리고 네가 뭘 알아." 그러자 기원이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 형 경영 전공했어요."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굼벵이 앞에서 주름을 잡아도 유분수지. 입이 방정이었다. "잘해봐. 들어보니 아예 안될 것 같진 않은데 뭘 해도 잘할 놈이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주영이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해줬다. 우리는 노래방에 갔다. 대구 노래방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한곡에 100원인 곳도 있었고 만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주영이에게 노래방 악기바리를 당한 후에 우리는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였다. 그때 주영이가 물었다. "근데 내일은 뭐하냐? 나 내일 프랑스에서 만난 가이드 만나서 점심 먹을 것 같아." 야 그럼 빨리 자자. 우리는 남자들이 모이면 누구나 한다는 군대 얘기, 여자 얘기를 하다가 결국 4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