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홀부터 종합 세트

(골프 잔상 1)

by 서장석

골프는 인생이다.

비용이 들며 적당히 힘든 운동이다.

첫 번째 홀

파 5, 거리 460미터, 좌 도그렉( dogleg ).

우측 오비 ( out of bound ), 좌측 해저드 ( hazard )입니다. 캐디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좌측 벙커 우측을 보고 볼을 보내라고 한다. 드라이버를 가지고 티박스에 올라섰다. 규칙을 따라야지. 티박스 라인 뒤쪽 30센티미터 정도에 티를 꽂고 볼을 올려놓는다. 왜냐하면 배꼽이 라인 밖으로 나오면 반칙이기 때문에. 심호흡하며 뒤로 물러나 에이밍( aiming )하고, 다시 접근 후 백스윙과 다운스윙한다. 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볼이 앞으로 전진. 오비! 동반자들이 첫 홀이라고 멀리건( mulligan)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를 다독이며 겨우 드라이버로 스윙하고 볼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다. 5번 우드를 가지고 두 번째 샷을 한다. 무난한 거리와 방향으로 보내고, 남은 거리가 90미터 남았단다. 세 번째 샷 피칭웨지( pitching wedge )로 신중히 접근, 골프채를 휘두른다. 뒤땅이다. 그 거리를 못 보내다니, 머리는 왜 들었는가? 후회가 몰려온다.

동반자들이 낄낄거린다. 다시 샌드웨지( sand wedge )를 가지고 온그린에 집중하여 샷을 날렸다. 이번에는 토핑( topping )이다. 볼이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그린을 훌쩍 넘어 벙커에 추락. 벙커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퍼터를 잡았다. 겨우 홀컵에 붙여 오케이를 받았다. 더블보기. 첫 홀부터 골프에서 나올 수 있는 종합 세트를 다 했다.


두 번째 홀부터는 타당 천 원짜리 내기를 시작. 근육에 흥분이 솟아오른다.

망신살 뻗친 첫 홀의 실수를 만회하리라.


파 4, 340미터 해저드( hazard )가 있는 홀

약 180미터 근처, 폭 2.5미터 정도의 실개천을 만들어 놨다. 평균 비거리 180 –190미터, 드라이버로 칠까 또는 우드로 칠까 망설여진다. 남자 체면이 있지. 드라이버 샷. 겨우 개울을 넘어 페어웨이에 착지. 캐디 왈 165미터 오르막을 보란다. 이 정도 거리는 아마추어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거리. 과감히 유틸리티를 빼 들고 온그린을 위하여 두 번째 샷을 한다. 아이고 요번엔 너무 잘 맞았다. 기가 막힌 스윙으로 인한 폐해가 발생했다. 적당히 맞았어야지 온그린이 되는데 너무 잘 맞아서 그린을 훌쩍 넘겨 버렸다. 런( run ) 발생으로. 또 샌드웨지 신세. 신중한 어프로치를 통하여 홀 근처 2.5미터에 근접시켰다. 오르막 라인. 퍼팅으로 집어넣기 성공. 파 세이브.


파 3. 145미터.

그린 앞에 벙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홀컵은 에이프런( apron )에서 3미터 정도 앞 핀.

홀컵 뒤로는 오르막. 6번 아연을 가지고 그립을 조금 줄여 잡았다. 짧은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가볍게 헛스윙. 긴장을 풀기 위해서. 볼 앞에 어드레스 다시 경직된다. 심호흡 한 번 더 하고 샷. 볼이 솟구쳤다. 홀 뒤쪽 6미터 지점 안착.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린에 올라가 공 뒤에 볼 마크를 두고, 홀컵 앞에서 공이 진행하여야 할 방향을 살핀다. 버디도 가능할 것 같다. 경사가 가파르다. 욕심을 부려 본다. 무조건 볼은 홀컵을 지나쳐야 한다. 골프 공식. 내리막 경사가 심하다. 너무 많이 내려가면 파도 쉽지 않다. 거리와 세기를 마음속으로 정하고, 퍼팅. 내리막에 마음을 너무 졸였나 보다. 공이 가다가 멈춘다. 반 밖에 못 갔네. 다시 퍼팅. 이번엔 홀컵을 지나쳤다.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동반자들은 버디 퍼트 후엔 신경 쓰지 않는다. 겨우겨우 오케이 받아서 보기.

나는 나이 오십이 넘어 친구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에 등록하고, 레슨 코치를 선임하고 7번 아연으로 똑딱 볼을 치기 시작했다. 두 달 후 머리를 올려 준다는 말에 바짝 긴장하며 필드 첫 입성. 지인의 말이 로스트 볼 삼, 사십 개 정도 준비하란다. 조금 마음이 상했다. 이렇게 무시한다고! 막상 플레이 시작과 함께 갖은 이상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구란 타구가 쏟아져 나오고······. 첫날의 플레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잃어버린 볼만 대략 삼십여 개. 민망하고, 미안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후끈 달아올랐었다. 연습에 연습, 또 연습 후 조금은 나아지나 싶었다. 골프 엘보우가 생겨서 방문한 한의원은 얼마며, 갈비뼈에 실금이 가서 숨을 쉴 때마다 불편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이상하다. 연습장에서는 볼을 맞출 수 있었는데, 필드만 나오면 이 말썽인지.


골프 프로 중 장소로 편중해서 몇 군데 프로가 있다고 한다. 연습장 프로, 스크린 프로, 필드 프로, 입으로 골프 치는 프로가 그것이라 한다. 상당 기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샷이 안정되었나 싶었는데, 막상 필드에 나가 보면 제자리. 골프란 운동이 주말 골퍼들 말을 빌리면 향상 속도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열심히 하는데 실력은 늘지 않고. 그러다 보면 제풀에 지쳐 연습도 하지 않고 – 친구들이 나가자고 하니- 필드에 나가서 성질 버리고, 내기해서 돈 잃고 피해가 막심하다. 이제 구력이 십 년이 넘었다. 한 번도 싱글 성적을 적어 낸 적이 없다.


우리 부부는 고등학교 동창 부부와 일 년에 두어 차례 모여 운동을 한다. 주로 주말을 이용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필드에 나갔을 때 앞에 물을 만나면, 심청이 인당수에 몸 던지듯 자발적으로 물속에 공을 집어넣는다. 거리에 상관없이. 물만 보면 겁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변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물 앞에서는 남편들이 대신 쳐 주기로 했다. 대신 쳐 준 공으로 어찌어찌해서 파라도 할라치면, 복권 당첨된 것처럼 팔짝-팔짝 뛴다. ❛파❜ 했다고. 손바닥을 부딪치고,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다. 운동을 끝내고 라커 룸에 돌아와 샤워, 비용을 계산한다. 그리고 식사 및 주변 이야기와 필드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인생도 골프와 같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시작할 때는 대단한 꿈과 희망을 품었으리라. 살다 보면 드라이버는 잘 쳤는데 두 번째 샷이 불량이어서 실망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프로치와 퍼터가 잘되어 복구하기도 한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런데도 난 그것에서 한 뼘도 못 벗어나고 있다. 사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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