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 청학동에 가서

by 서장석


우리 땅 11월은 산야가 불타는 계절이다.

청학동엘 갔다. 발 빠른 사람들은 벌써 와 있었다. 번호판을 보니 전국에서 온 듯하다. 주차장 맨 끝으로 한 자리가 남아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삼성궁으로 몰려갔다. 사실 삼성궁이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모임에서 간다고 하니 따라나선 것뿐이었다. 입장료가 있단다. 요즘 대부분의 국립공원이나 문화재 관람은 무료라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금 징수라니 궁금해졌다. 이곳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사설 공원이라서 요금을 징수한다고 한다. 9천 원의 입장료 중 2천 원 할인을 받았다. 경로우대 할인.


어느 곳이나 제일 복잡한 장소는 입구와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첫 번째 풍광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우리 일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 장소에서 사진을 남기려는 눈치 경쟁이 시작되었다. 눈으로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도 충분할 듯한데 또다시 순번을 지키는 착한 시민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경치는 일행의 눈을 빛나게 해 주었다. 이곳의 매력은 주변 산야의 돌들을 쌓아 길을 내고, 담과 성곽을 만들어 놓았고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것이었다.


산길을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으면 아래를 파고 그 아래로 돌을 쌓아 드나드는 문을 만들어 놓았다. 자연적으로 원래부터 그리되었고 그랬던 것처럼, 인공마저도 자연으로 돌려놓았다. 교묘한 반칙이었으나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의 흔적을 지웠다. 곁에 흐르는 계곡물마저 그곳에 꾸며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왜, 무엇 때문에 산중 오지에 대단한 역사를 벌이고 조성해 놓았는지 내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조금 너른 평지가 나오면 어김없이 연못을 만들고 의자를 만들어 좀 더 예쁜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궁금함은 배가 되었다. 옛날 성채처럼 조성하고, 지형을 이용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꾸며 놓았다. 사람이 만들었으나 작위적인 모습은 없애고 다 같은 자연처럼 꾸며 놓았다. 가끔은 황당한 조형물도 눈에 띄었으나 애교로 넘어가 줄만 하였다.


삼성궁 안내판이 보인다. 작고 아담하게 꾸며진 누각 옆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모신 사당이 보였다. 실내에 조성하여 모신 장군 조형물은 처음 본다. 가운데 누각에 올라 정면을 바라보니 삼성궁이 보였다. 안에는 한인 천제, 한웅 천황, 단군왕검 세 분의 국조 성인을 모시고 있었다. 비로소 이해되었다. 입구부터 그 힘든 신역을 마다하지 않고 돌을 쌓고, 경내를 만들고, 경관 수려한 곳에 전각을 만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민족성인 세 분을 모시기 위해 그 험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구나.


내부는 세 분을 제외하고 어떤것도 없었다. 단출한 내부가 오히려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경내 제일 높은 곳, 앞이 훤히 트여 시야를 방해하지 아니한 장소에 전각을 세우고 성인을 모셨다. 합장배례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인간의 노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전각을 세우는 일만 해도 버거웠을 것 같다. 그런데 각고의 정성을 들여 돌로 벽을 만들고, 가치 있는 인위적인 자연을 만들려 했던 옛사람의 뜻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상 어느 곳이나 자신이 믿는 신앙을 지키려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들의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뒷사람인 우리가 평안하게 가을을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다,


인간이 꾸민 공간에도 가을이 찾아와 형형색색의 단풍을 수놓고 있었다. 가을은 연못에도 담겨 노란색과 빨간색의 물감을 풀어놓았다. 나무에서 떨어져 물가를 배회하는 낙엽도 있다. 눈이 호강한다. 눈만 아니라 귀론 듣고, 코로는 냄새를 맡는다. 나는 눈을 감고 우리 땅 가을을 느껴 본다.


몸이 오감을 통하여 계절을 맞고 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하늘을 나는 바람이 단풍을 재촉하며 수선스럽게 제 뜻을 전달하고 있다. 섭리는 재촉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를 통일하려는 뜻은 가상하다. 그러나 자연은 각기 움직이는 것이어서 저절로 이루어진다. 간섭하지 않아도 그대로 두면 제 길로 간다. 다른 것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알아서 간다. 그래서 자연이다. 청학동의 단풍도 누가 보지 않아도 깊게 가을로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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