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이곳이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회사 중 근무 환경이 가장 좋았다. 넓은 사무실은 물론이고 24~27인치쯤 되는 동일 모델의 듀얼 모니터 -회사를 여러 곳 다녀보니 듀얼 모니터 환경이 아닌 곳이 생각보다 꽤 있었고 듀얼 모니터여도 동일 모델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앉았을 때 충분히 양옆 시야를 가려주는 파티션에 -역시 다른 곳은 파티션이 없거나 낮아서 개인 공간으로써의 안정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멀끔한 책상과 서랍장도 -다른 곳은 누가 쓰던 건지도 모를 지저분한 책걸상에 고장 난 것도 있었다- 근무 의욕을 상승시키는데 한 몫하였다. 나는 회사라면 응당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을 나와보니 다른 곳은 심하게 말하면 내 방 -현재 i5-9400F, 32Gb ram, GeForece GTX 1050Ti에 22인치 3면 베젤리스 ips FHD 동일 모델의 듀얼 모니터와 모니터 암을 사용하고 있다. 추가로 얼마 전에 ips qhd 27인치 모니터를 구매하였다.- 보다 못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의 업무환경을 비교할 때 이 회사의 업무환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나는 소셜커머스상에 올라오는 제품들의 가격을 타사와 비교하여 최저가를 맞추는 업무를 하였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2016년 당시에 사람이 이렇게 일일이 최저가를 매핑하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은 개선이 되었을 것 같다. 업무는 공유된 비교해야 할 제품 리스트에 있는 제품들을 모두 비교하여 최저가를 맞추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단순한데, 하루에 받은 리스트에 있는 제품만 수만 개라 하루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고 이 일을 담당하는 팀이 있을 정도니 그 양은 매일매일 어마어마하였다. 이런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데 하나의 팀 내의 단위별로 실적을 내어 순위를 매기니 설렁설렁할 수도 없었다. 또 상위 랭커는 보상이 있으니 그만큼 사람들이 열심히 하였던 것 같다.
이러한 실적의 압박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슈에 대한 대응이 매우 빨랐던 것 같다. 하나의 이슈가 발생하면 이슈에 대한 내용과 대응방안을 매뉴얼로 만들어 배포하는 과정이 지금까지 다닌 회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빨랐다. 하루 이틀 내지는 오후에 발생한 이슈에 대하여 퇴근하기 전에 해결책이 나왔다. 조직이 크면 대응 속도가 느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과 유연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퇴사자는 있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퇴사자들이 나올 때 한 번은 '여기가 무슨 알바인 줄 아나?'라고 말하면서 퇴사자들을 향해 다 들리는 혼잣말로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상 이 직무에 대하여 찾아봤더니 알바 구인 사이트에서 파견업체들이 대량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을 방학 및 휴학 근무 가능, 친구와 함께 근무 가능, 대기업 경험 가능이라고 홍보를 하고 구인을 하고 있는지라 사실상 파견업체와 지원자 모두 알바로 생각하고 근무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퇴사를 할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사원증이 나오고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리고 팀 구성을 나타내는 게시판의 내 이름이 있었는데 곧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이렇게 2개월 만에 업무를 종료하였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퇴사를 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실적의 압박,
둘째, 실적 부진자에 대한 관찰의 부담,
셋째, 3개월 단위의 계약 연장과 정규직 전환의 문제이다.
첫째로 실적의 압박이다. 이 실적이 내가 기억하기에 매일 순위로 매겨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일일 실적이 나와서 일등과 꼴찌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맞게 매핑을 하였는지 검수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적으로 최저가를 매핑할 수도 없었다. 이것이 업무를 하면 할수록 매핑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사람들을 순위 매기고 그게 매일 눈앞에 보이고, 내가 꼴등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첫 번째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 반복적으로 실적이 낮으면, 중간 관리자가 찾아와서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는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업무 스킬에 관해서 자세히 알려준다. 이러한 것은 다른 직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의사소통과 피드백이었는데 관리 측면에서 살펴보면 직접 찾아와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 고맙지만 그 과정에 약간 문제 아닌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런 것에 조금 민감한 편이었다. 바로 다른 관리자가 중간관리자에게 나를 포함한 실적이 낮은 사람을 가리키면서 짜증과 반말 섞인 말로 '얘네는 왜 이런지 가서 알아보고 조치해' 라는 지시를 내가 들었다는 것이다. -내 자리가 그의 자리에서 멀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지시를 받으면서 혼나고 있는 중간 관리자를 보는 것도 힘들었고, 중간관리자가 찾아오는 것은 바로 실적이 낮은 의미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가 내게 찾아오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세 번째는 당연히 업무를 하는 회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 것인 줄 알았는데 파견업체와 고용계약을 맺는 파견 계약직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몇 년이다 딱 정한 것이 아니라 3개월 단위로 2년 미만까지 가능하다니.. 정규직을 시켜주지 않으려는 꼼수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유로 정규직으로 들어갔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 첫 번째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