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직장

by 예제다운로드

과연 면접자(interviewee)는 누구인가?


두 번째 직장은 기계공학 전공을 살려 가기로 선택을 하였다. 역시 첫 번째 회사와 마찬가지로 채용절차가 간단한, N차 면접이 아니고 대표 면접 한 번으로 끝나며 인적성 시험이 없는 곳, 집에서 통근하기 용이한 곳으로 지원을 하였다. 이런 곳들을 찾아서 지원하다 보니 연봉, 복지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그것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라 생각을 하여 감수하기로 하였다. -물론 이러한 채용조건의 모든 기업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지원한 곳은 그러하였다- 취업 준비하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1분 자기소개는 물론이고 면접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해서 갔다. 나는 긴장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대표실에 들어가기를 기다렸고, 드디어 대표실에 홀로 들어가 1대 1 면접을 보게 되었다. 결과는 합격. 내가 한 대답의 90%는 대표의 대답의 '네'라도 대답한 것이 전부였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면접이 아니고 면담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면접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대표님이 나에게 IR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반대로 면접관이 되었다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이렇게 1시간이 흘렀고, 언제 출근할 수 있냐는 말을 끝으로 출근 일자를 확정하고 대표실을 나왔다.



나는 왜 퇴사하였는가


흔히들 쉽게 들어간 회사 쉽게 나온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쉽게 들어간 회사 -쉽게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회사- 를 나올 때에도 나름의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두 번째 회사를 나왔다.


첫째, 엔지니어를 존중하지 않고 기술을 중히 여기지 않는 임원진의 태도 때문이었다.

재직 당시 두 번째 회사는 국책연구과제를 산학으로 수행하는 것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때 연구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PM의 역할과 더불어 연구과제를 수행할 제품을 설계, 제작, 운용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깨나 비중이 있었다. 왜냐하면 연구과제 중심에는 바로 이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이 목표 성능을 내야 함은 물론이고 제품을 이용하여 목표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원진은 영업활동과 제안서 작성 등을 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 쏟고 있는데, 엔지니어는 목표 성능도 못 내고 노는 것처럼 대하여 열명 남짓한 회사에서 본사(임원진)와 연구소(엔지니어) 세력으로 나뉘게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이러한 임원진의 태도는 양측의 갈등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바로 업무로 인하여 건강이 악화된 직원의 퇴사를 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본 것이다.

퇴사한 직원은 엔지니어인데 창업 초창기 멤버였다고 한다. 이 직원의 표면적인 퇴사 이유는 업무로 인한 건강악화 -허리디스크 수술- 로 인한 퇴사였다. 허리디스크가 업무로 인하여 발생했는지 아닌지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같이 근무하며 지켜본 결과, 업무를 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었다.

제품은 엔지니어가 제작하는데 혼자 들기에는 무겁고 두 사람이 들어야 수월히 들 수 있는 무게였다. 이런 무게의 제품을 납품할 때 두 명 또는 세명이 동원된다. 제품은 또 크기가 크기도 해서 스타렉스 밴에 싣고 이동을 하였다. 문제는 스타렉스 밴은 3명만 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그마저도 승차감이 좋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3인승이라고 하지만 성인 남성 세 명이 같이 타기에는 비좁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렇게 비좁아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몇 시간씩 달려 납품업체에 도착해서 또 짐을 내린다. 납품을 하기만 하면 되면 그나마 좋으련만 납품을 제외하고 제품을 야외에서 테스트하기 위하여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날이 많았다. 또한 제품을 제작할 때에도 수시로 배터리 등 무게가 있는 부품을 옮기기 일쑤였고, 제작을 하는 데에도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많았다. 이렇게 창업 멤버도 그만두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되어 그만두게 된 이유에 한 가지 더 보태게 되었다.


세 번째는 대놓고 이른바 투잡을 하는 임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열명 내외의 회사의 임원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대표와 상무 둘이었다. 임원의 투잡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전화통화 내용과 명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상무의 자리로 전화가 왔는데 웬걸 지금 회사의 이름으로 전화를 받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누구 입니다라고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잘 못 들었겠거니 하고 잊고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무의 자리의 프린터의 잉크를 채우러 갔는데 지금 회사 명함이 아닌 다른 회사의 명함이 있는 것이었다. 과연 대표가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는데, 현재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모자라서 투잡을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을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봤는데 업태에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업태 말고, 상무가 받았던 전화와 관련된 업무의 업태도 있었다. 바로 주방용품 도소매업이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회사가 본 사업으로 직원의 월급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직원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나한테 들킬 만큼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는 어찌 보면 회사에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수익 다각화라고 하기에는 직원들이 그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고 -아는 직원이 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무 이외에 그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급여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 -우연히 회사 통장을 가지고 은행 업무를 할 일이 있어서 볼 수 있었다- 을 통해 유추해보건대 과연 직원들의 급여를 위한 것일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나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

엔지니어(사람)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임원진,

건강을 잃을 수 있는 업무환경,

낮은 급여와 수익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입사 전에는 안보였던 회사 평점 및 리뷰가 퇴사할 시점에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평점이 5점 만점에 1.8이었다. 지금은 1.5로 더 하락이 되어 있었더라.

이전 03화첫 번째 직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