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도로 걸어도 제자리

by SEOK

아무도 나를 애매하다 부르지 않았고 애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동안 제가 해온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데 한 번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그 사람은 딱 한마디를 할 것이다. "애매하네요" 이 이야기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한 것이다. 아니다 실제로 그런적이 있다. 학교 성적은 그냥 뭐 어느정도 했는데 모의고사 성적은 항상 낮았다. 나를 포함해 세명이 모의고사를 보고 이전 모의고사 성적을 들고 고3을 맡고 있던 친한 선생님께서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모인날이 있었다. 한 친구에 대해서는 한 부분을 높이며 이야기하고 한 친구에 대해서는 또 명확히 어떤 부분을 채우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며.. 음.. 윤주가 가장 난해한데 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애매할 것도 없다. 그냥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이 돌려 말해준 것이다. 애매를 넘어서 난해해진 나는 명확히 애매해진 사람이 되어 고등학생때 이야기를 글로 쓰며 애매함을 풀고 있다. 명확하게 애매해졌다.


애매함이 풀리지 않았다. 아마 영원히 풀리지 않을수도 있다. 풀리지 않게 둘수도 있다. 10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맞닿아 있어서 내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그 날로 끌려간다. 누가 내 발목에 끈을 묵어뒀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신호를 건너야 한다. 한 발 한 발 내딛고 걸어서 가야 한다. 지금은 집으로 가는 길이니까 걸어야 한다. 검은색을 밟으면 갯벌같이 빠져나올 수 없을까봐 괜히 흰색만 밟으며 건넜다.


뾰족하게 애매할수도 있나?

애매하다는 말을 많이 적었더니 애매와 살짝 멀어졌다. 말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했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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