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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May 02. 2020

봄바람 부는 날

[은평글방] 02. 봄


방바닥에 앉아 발톱을 깎는다. 탁, 탁. 약한 발톱이 반쪽씩 부러져 어딘가로 튄다. 지금 바로 찾지 못하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내 발바닥을 찌를 것이 분명하기에 눈을 크게 뜨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어 본다. 환기를 위해 잠깐 열어둔 창문으로 따뜻한 바람이 들어온다. 봄이 왔구나. 이번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고 눈도 쌓이지 않았다. 이겨 낼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갔다. 그래도 봄을 기다렸다. 매년 느꼈던 설레는 마음은 사라지고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야 봄이네. 마음이 전 같지 않다. 며칠 전 짧게 자른 머리가 바람을 타고 코 끝을 간지럽힌다. 여러 번 반복해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다시 발톱을 찾는다.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것이 조만간 찔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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